전통힙
입력 2021.02.11 00:34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고려청자·민화 등을 그려 넣은 휴대폰&이어폰케이스(아래 사진)를 휴대하고, 훈민정음이 새겨진 텀블러를 들고, 조선시대 도포 같은 옷을 입고. 요즘 MZ세대에서 전통 판소리·한복·가구·문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전통힙’, 우리의 전통문화 유산을 힙(hip·유행에 밝다)하다고 생각하는 트렌드다.
6개월 전 한국관광공사가 해외홍보용으로 제작한 ‘한국의 리듬을 느끼세요(Feel the Rhythm of Korea)’ 영상에서 이날치밴드가 부른 ‘범내려온다’가 2월 10일자로 유튜브 조회수가 4570만을 넘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조선 공주가 입은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비대면 패션쇼 ‘코리아 인 패션(KOREA IN FASHION)’ 또한 2월 2일 기준으로 온라인 누적 조회수 94만을 넘어섰다.
전통디자인스튜디오 '오색찬란코리아'가 만든 호랑이자개민화 휴대폰 케이스.
두 영상 모두 기존의 전통문화 퍼포먼스와는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범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이지만 노래하는 밴드나 춤을 추는 무용단이나 지극히 현대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씨가 제작한 조선 공주의 옷들도 ‘궁궐에 사는 21세기 공주’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조선에는 없던 티아라·깃털 장식이 등장하고 한복 디자인도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었다.
분석해보면 젊은층이 좋아하는 ‘전통힙’은 전통을 계승하되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디자인과 실용성을 재해석한 모습이다. 물론 MZ세대로선 ‘색다른 개성 추구’가 우선 요건이겠지만,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에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직접 체험해보겠다 나서니 반가운 일이다.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