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주의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장소 불문하고 휴대폰으로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이용하는 세상이다. OTT 서비스란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의 콘텐트를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등이 대표적이다.
‘후방주의’는 이 OTT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젊은 세대가 콘텐트를 추천할 때 쓰는 용어다. 자세히 풀이하면 “지금 추천하는 동영상은 ‘청소년 불가’의 성적이거나 혐오스럽거나 잔인한 장면·언어 등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이것을 시청하다 누군가에게 들키면 다소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주변을 먼저 살핀 후 보라”는 일종의 경고다. 비슷한 말로는 ‘엄빠주의(엄마·아빠주의)’ ‘주번나(주위가 번잡하면 나중에 보라)’ 등이 있다. 영어권에선 ‘NSFW’가 비슷한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Not Safe For Work’의 약자로 직장에서(물론 집에서도) 함부로 열어보지 말라는 뜻이다.
'넷플릭스 후방주의' 작품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TV드라마 '브리저튼'의 야한 장면 상영 시간만 정리해둔 표. SNS 캡처
참고로 ‘후방주의’ 문구가 붙은 화제작들에는 특별한 시간표(사진)가 따라다니기도 한다. 상영 시간 중 야한 장면이 나오는 부분만 따로 시간대를 정리한 표다. 시리즈물인 경우는 각 회차별로도 정리돼 있다.
사실 다 큰 성인이 선정적인 영상을 보는 게 큰 문제는 아니다. 영화나 출판도 ‘19금 딱지’가 붙으면 관능적 호기심이 더 커지기 마련. 다만 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는 건 진짜 멋쩍은 일이다. 더 무안한 건 이 문구에 ‘낚시’를 당했을 때다. 그 쑥스러움을 어찌할까. 온라인 콘텐트의 건강한 유통은 꼭 청소년을 위해서만 필요한 건 아니다.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