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송년회
서정민 기자
코로나19로 지난 23일부터 수도권에서 5인 이상 모임이 모두 금지됐다. 기업 회식은 물론, 미리 잡아놓았던 사적 약속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 ‘혼송(혼자 보내는 송년회)’이라는 표현이 나올 법도 한데 젊은 세대는 ‘혼자 또 따로 같이’ 송년 모임을 가질 방법을 찾아낸 듯하다. 바로 ‘랜선 송년회’다. 집에서 각자 술과 음식을 준비하고 컴퓨터나 휴대폰 앞에서 지인들과 함께 화상모임을 갖는 방법이다.
SNS 상에는 랜선술자리, 온라인술자리, 온라인음주회, 랜선회식 등의 해시태그(#)를 단 인증샷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이 중에는 흥미로운 랜선 송년회를 보낼 수 있도록 꿀팁을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방법 하나를 예로 들면 이렇다. 1 노트북·휴대폰 등 영통(영상통화)이 되는 전자기기를 준비한다. 2 배달앱을 설치한다. 3 서로 상대방이 먹어주었으면 하는 음식을 주문한다. 4 친구의 센스를 믿고 공포와 두려움의 시간을 견딘다. 5 배달이 오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6 화면을 향해 짠(건배)도 잊지 않는다.
‘배민’ 일러스트
이미 랜선 송년회를 가진 이들의 만족도는 꽤 높다. 집으로 돌아갈 때를 염두에 두고 정해야 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자기가 먹고 싶은 술과 안주를 즐길 수 있다, 수다는 기본이고 영화·드라마를 보며 게임을 하는 등 함께할 수 있는 요소가 훨씬 풍성하다 등이 랜선 송년회를 먼저 해본 이들이 꼽는 장점이다. 몸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함께하고 있다는 안도감이야말로 코로나 블루를 잊게 하는 최고의 장점일 것이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