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아·얼죽코
서정민 스타일팀장
아침 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내려가도 두터운 패딩 점퍼 대신 얇은 코트만 입기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얼죽코’, 얼어 죽어도 코트 입기를 포기 못 한다는 사람들이다. 이유는 ‘핏(fit)’이 안 살기 때문이다. 두툼한 패딩 점퍼는 이불을 두른 듯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주지만, 옷 입은 태는 뚱뚱한 항아리 같다. 안에 슈트까지 갖춰 입는다면 캐주얼한 나일론 패딩 점퍼보다는 클래식한 캐시미어·울 코트를 입었을 때가 훨씬 세련돼 보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중앙포토]
얼죽코는 ‘얼죽아’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사진)를 포기할 수 없다는 사람들. 그냥 있어도 입술이 덜덜 떨리는 날씨지만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얼음까지 오독오독 씹어 먹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게 이들이 얼죽아를 고집하는 이유다. 반대로 고온다습한 한여름에도 ‘뜨죽따(뜨거워 죽어도 따뜻한 커피)’ ‘쪄죽따(쪄 죽어도 따뜻한 커피)’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엄동설한에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습관이 과연 좋은 걸까. 임영권 한의학박사는 “겨울철에는 폐와 소화기관을 따뜻하게 해주는 게 좋다”며 “평소 소화기능이 떨어지거나 호흡기가 민감한 사람이라면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게 기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기운이 없고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아이스커피를 마시면 순간적인 각성효과로 집중력과 식욕을 돋울 수는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오히려 장기적인 습관이 되면 장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얼죽아를 습관처럼 마시는 원인이 마음속에서 부글대는 화와 스트레스 때문이라면 그 원인부터 먼저 고민해보는 게 순서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