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지로
서정민 스타일팀장
을지로 3가역을 중심으로 한 일대를 밀레니얼 세대는 ‘힙지로’라고 부른다. 개성 있고 최신 유행에도 밝다는 뜻의 ‘힙(hip)’과 을지로의 ‘지로’가 합쳐진 신조어다.
노가리골목, 골뱅이골목, 인쇄소골목 등으로 이어진 힙지로에서 핫 플레이스를 찾으려면 “길 찾기 어렵네” “찾고 보니 반전가게” “역시 찾아올 만했네” 세 가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비슷비슷한 골목들은 다시 찾아올 수 없을 만큼 꼬불꼬불 얽혀 있다. 지도 앱을 좌우로 뒤집어가며 겨우 찾은 후에는 ‘여기 맞아?’ 어리둥절. 낡고 허름한 빌딩들은 좁고 어둑어둑한 층계를 올라가 직접 문을 열기 전까지는 안에 무엇을 숨겼는지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일명 ‘반전가게’다. 엄마·할머니가 애지중지 썼던 자개장(사진), 브랜드 컵 등이 총출동한 실내에선 들기름 낙지젓 카펠리니, 관치알레 까르보나라, 우보카도(우니와 아보카도를 김에 싸먹는 요리) 등 젊은 ‘갬성’의 메뉴들을 판다.
커피한약방
힙지로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뉴트로’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가 합쳐진 신조어로 옛것과 새것의 만남을 즐긴다는 의미다. 시간을 가로지르는 특성 때문에 세대가 달라도 충분히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코로나19로 연말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명동 곳곳에 트리 장식은 등장했지만 거리는 왠지 쓸쓸하다. 이럴 때, 타임머신 대신 지하철 타고 좁은 골목길 사이 시간여행을 즐겨보자. 을지로 터줏대감인 조선옥·을지면옥·양미옥·동원집 등의 노포들도 매력적인 목적지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