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미 신드롬
서정민 스타일팀장
지난해 말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발간한 『트렌드코리아 2020』의 10가지 키워드 중 하나가 ‘팬슈머’였다. 무언가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팬(Fan)’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를 합성한 신조어다. 좋아하는 스타 또는 상품을 지지·소유하는 차원을 넘어 기획·유통·홍보 등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로 ‘양육자 마케팅’ 또는 ‘바이미(by-me) 신드롬’이라고도 불린다. ‘내가 키우고, 나에 의해 성장한’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는 게 팬슈머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영향력은 날로 커져서 오래전 단종됐던 제품을 부활시키기도 한다. 오리온 ‘치킨 팝’, 맘스터치 ‘할라피뇨 통살버거’, CJ제일제당 ‘제일제면소’, 농심켈로그 ‘파맛첵스’ 등이 대표적이다. 강다니엘(사진), 백현, 김요한 등의 아이돌 스타가 모델인 제품의 판매율이 높은 것도 이들의 영향력 때문이다.
강다니엘을 모델로 한 '지방시' 뷰티 립스틱 광고.
최근에는 TV 프로그램 ‘팬텀싱어’ ‘미스터트롯’이 배출한 스타들 때문에 팬슈머의 연령 차가 커져서 세대 간 소통이라는 훈훈한 효과까지 낳고 있다. 내가 미는 스타의 유튜브·인스타를 구독해 ‘좋아요’와 응원 댓글을 남기고, 스밍(스트리밍)을 하며, 티켓·굿즈 등을 구매해야 하는데 디지털에 서툰 노년의 팬슈머에게 이는 외계인만큼 생소한 영역이다. 그래서 요즘 스타 커뮤니티에선 젊은 회원들이 어르신 회원들에게 다양한 ‘덕질’ 기술을 전수하는 안내 글이 자주 올라온다고 한다.
물론 과유불급이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지나친 사랑은 집착으로 일그러지기 쉽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