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찢남·만찢녀
서정민 스타일팀장
만찢남은 ‘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의 준말이다. 정우성, 강동원, 원빈 등 순정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 출중한 외모의 남자 연예인을 수식할 때 쓴다. 만찢녀는 ‘만화책을 찢고 나온 여자’. MZ세대에게 만화는 종이책보다 웹툰으로 보는 게 익숙해서 ‘웹툰을 찢고 나온 남자·여자(웹찢남·웹찢녀)’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대부분 미남·미녀 연예인을 수식할 때 쓰기 때문에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신조어라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MZ세대에게 만찢남·만찢녀는 자화상 놀이의 해시태그(#) 용도일 뿐이다.
개그우먼 박나래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만찢남 영상. 사진 영상 캡처
지난 6일 개그우먼 박나래는 인스타그램에 동영상 하나를 올리며 “#어젯밤 #심심해서 #만찢녀 #순정만화 #똑같네 #차이없음 #당황하지않았어 #자연스러워”라는 글을 남겼다. 오렌지색 잠옷 차림으로 다양한 표정을 짓는 현실의 박나래와 순정만화 여주인공으로 변신한 박나래가 교차되는 영상으로, 래퍼 넉살의 “너무 무섭고 멋져요”라는 댓글과 함께 큰 화제가 됐다.
요즘 젊은층에선 만화 속 주인공으로 변신할 수 있는 일명 ‘만찢남·만찢녀 어플’ 스노우, 틱톡, 메이투 등이 유행이다. ‘얼굴 3분의 1은 눈동자, 턱선은 V라인’이라는 천편일률적 미의 기준이 적용돼 아쉽긴 하지만 얼굴 이미지 이외 패션·배경 등은 현실 속 내 취향과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다. 때문에 나만의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며 사진 찍고 노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짜 내 얼굴을 숨기지 않고 만화 속 캐릭터와 함께 보여준다는 설정이 이 영상들의 즐거움인데 이는 젊은 세대의 당당함을 읽을 수 있는 요소기도 하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