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상사
서정민 스타일팀장
‘라떼(Latte)’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를 곁들인 카페 라떼는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때문에 ‘라떼 상사’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우유 커피처럼 부드럽고 후배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상사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정반대다. ‘라떼 상사’란 후배들의 의견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나 때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꼰대 상사’를 부르는 젊은 직장인들의 은어다. “나 때”의 발음을 ‘라떼’로 바꿔 밀레니얼 세대 특유의 언어유희를 즐기는 셈이다.
지난해 4월 삼성생명 유튜브 광고에 40대 배우 김병철이 말(horse)이 그려진 커피잔을 들고 나타나 “라떼는 말이야”라는 대사를 날린 후, “Latte is a horse”라는 영문도 함께 유행했다. 연말에는 편의점 CU가 포장지에 중년 남성과 젊은 직장인의 동상이몽 대화 모습을 그려 넣은 카페라테맛 과자 ‘라떼는 말이야’(사진)를 출시하기도 했다.
‘라떼는 말이야’ 과자
유통기한이 짧은 밀레니얼 세대의 은어가 반년도 더 지난 요즘 다시 떠오른 이유는 인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와 ‘스토브리그’ 때문이다. 두 드라마 속 주인공 ‘김사부’와 ‘백승수 단장’의 리더십은 무능력하게 “나 때는 말이야”만 들먹이는 꼰대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괴팍하지만 확실한 실력을 갖추고, 늘 앞장서서 모든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치며, 갈등 끝에 정답을 찾은 후배에게는 칭찬도 할 줄 아는 김사부. 무뚝뚝하고 차가워서 소통의 기술이 약간 부족하긴 하지만, 편견 없이 사람과 능력을 판단하고, 구단주의 야비함에 맞서 사이다 대사를 날릴 줄 아는 백승수 단장.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십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