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만 '尹복심' 아니다...이상민 장관 임명에 숨은 뜻
입력 2022.05.23 00:28
장세정 논설위원
한덕수 총리 인준안이 국회에서 극적으로 통과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 윤 정부 국무위원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두 장관을 꼽으라면 한동훈(49·사시 37회)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57·사시 28회)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한 장관과 전북 익산 출신인 이 장관은 충남 논산이 뿌리인 서울 태생의 윤 대통령과 지역적 연고는 없다. 다만 한 장관(92학번)과 이 장관(83학번)은 윤 대통령(79학번)의 서울법대 후배라는 학연은 있다. 두 장관은 윤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다는 공통점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좌동훈·우상민'이란 말이 회자하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이 각별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진 두 장관은 문재인 정권 5년간 큰 혼란을 겪었던 검찰과 경찰의 정상화에 집중할 전망이다.[연합뉴스 중앙포토]
법조계 소식통이 들려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검사 시절 일화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때 저녁 식사를 위해 간부들을 거느리고 종종 서초동 식당을 찾았다. 반주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식사가 끝날 무렵 휴대전화가 걸려왔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던 당시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2019년 7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영전)이 사무실에서 건 전화였다. "한 검사가 잘 알아서 검토했을 테니 그렇게 처리하지." 이 한마디가 보여주듯 윤 대통령은 일 처리가 빈틈없는 한 장관을 전폭적으로 믿고 일을 맡겼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업무에 매진한 한 장관의 치밀한 일 처리 솜씨를 높게 평가하며 깊은 신뢰를 쌓았다고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사진기자단]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윤 대통령(8회)의 충암고 4년 후배라는 인연도 있다. 이 장관은 "고교 동문회 자리에서 (윤 대통령을)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국회 청문회 때 언급했다. 검사와 판사 출신인 두 사람의 또 다른 법조계 연결고리는 법무법인 율촌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 충암고 동기동창인 고 윤홍근(사시 24회)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와 법무법인 원 윤기원(사시 26회, 전 민변 부회장) 대표변호사는 '충암고 3윤(尹)'이라 불릴 만큼 친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던 2020년 12월 윤홍근 변호사가 사고로 갑자기 별세하자 퇴근길에 빈소를 찾아가 1시간 동안 소주잔을 기울이며 지기(知己)를 잃은 슬픔을 달랬다. 윤홍근 변호사와 같은 판사 출신인 이 장관은 율촌에서 2007년부터 8년간, 2018년부터 3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일각의 비판에도 '복심(腹心)'인 한 장관과 이 장관을 발탁한 의도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검찰과 경찰 정상화로 압축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으로 승승장구하던 조국 교수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이면서 경찰도 검찰도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른 적폐 몰이 인사를 이용한 검·경 주류 교체 시도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그 와중에 억울하게 옥살이했거나 명예를 실추당한 공직자가 부지기수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와 서울법대 후배다. 이 장관은 '검수완박'에 따른 '경찰공화국' 우려를 해소할 대책 마련에 당분간 집중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중앙포토]
한 장관과 이 장관의 취임 직후 신속한 행보를 보면 윤 대통령의 '좌동훈·우상민' 포석에 담긴 의중이 읽힌다. 2020년 1월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이 없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한 장관은 지난 17일 취임하자 바로 다음 날 부활시켰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직을 제대로 가동해 지난 5년 줄기차게 제기됐던 문 정권 실세 연루 비리 의혹 규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부정부패와 비리가 있는데도 권력의 압력으로 덮었다면 재수사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마땅하다.
이 장관은 지난 13일 취임 첫날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행안부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취임과 동시에 법학 교수와 변호사 등 10명으로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꾸려 첫 회의를 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 검찰은 인사권과 예산권을 법무부 장관이 행사하고, 정책도 법무부 검찰국장 소관이라 나름 통제 장치가 있다. 하지만 행안부 소속 외청인 경찰은 인사·예산·정책 권한을 사실상 경찰청장이 모두 갖고 있다.여기에 더해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바람에 검찰 수사권까지 더해져 '경찰공화국'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7년 5월 11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이 파안대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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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 검사(현 법무부 장관)를 1년간 세차례 좌천 인사한 악연이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장관이 권력에 맞서면서 두 사람은 줄곧 논쟁하고 대립했다. [연합뉴스 중앙포토]
한 법조인은 "법무부 산하인 검찰과 달리 행안부 소속 외청인 경찰은 행정적 통제 장치가 미비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장치 차원에서 경찰의 인사·예산·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한 장관은 권력형 비리 수사가 검찰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이 장관은 경찰의 월권으로 인권 침해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핵심 임무인 셈이다. '좌동훈·우상민'이 비정상 검·경을 어떻게 정상화할지 주목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대통령직인수위사진기자단]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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