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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코리아] 새 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네 개의 숫자

bindol 2022. 5. 23. 04:47

[터치! 코리아] 새 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네 개의 숫자

文 정부와 비교될 지표 4개
나랏빚 415조, 출산율 0.81, 임명강행 장관 34, 기자회견 10
이보다 못하면 또 실패한 정부

입력 2022.05.21 03:00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차기 정부가 우리 정부의 성과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다시피 출범하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 정부의 성과, 실적, 지표와 비교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역대 정부 또는 다른 나라와 비교되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지만, 문 전 대통령이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공정한 비교와 평가를 누구보다 완강하게 거부한 사람이 바로 문 전 대통령 본인과 그 정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집권 초 급격한 최저임금으로 일자리 참사가 발생해 전 정부와 비교당하자 문재인 정부는 한파 탓, 인구구조 탓, 봄비 탓을 했다. 성장률이 전 정부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땐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액’이라는 희한한 기준을 들고 나와 전 정부보다 낫다고 어거지를 썼다. 전 정부보다 분배가 악화됐을 땐 가계동향조사 집계 방식을 바꿨다. 빈부 격차를 측정하는 기본 통계의 시계열을 단절해 과거 정부와 아예 비교가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 외에도 전 정부와 비교해 불리한 지표에는 눈감고, 유리한 지표는 과장하고, 숫자를 수사(修辭)로 대체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을 땐 전 정부를 탓하는 행태가 거듭됐다. 학생으로 따지면 성적표를 조작하고, 채점 기준을 멋대로 바꾸고, 컨디션이 안 좋았다고 핑계 대며 줄곧 “내가 1등”을 외친 격이다.

이런 황당한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채점표를 미리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의 말대로, 무엇이든 측정되지 않으면 개선하거나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를 전 정부와 비교할 때 자주 언급될 숫자 중 하나는 415조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증가한 국가 채무 규모다. 노무현 정부 때 143조2000억원, 이명박 정부 때 180조8000억원, 박근혜 정부 때 170조4000억원 증가한 국가 채무는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올해 1075조7000억원(1차 추경 기준)까지 불었다. 윤석열 정부 역시 말로는 ‘작은 정부’를 외치지만, 병사 월급 200만원, 기초 연금 40만원, 부모 급여 100만원 같은 복지 공약에다 공항·철도·도로 등 인프라 공약을 합치면 수백조 원을 넘는다. 야당 대표 땐 “국가 채무 40%가 마지노선”이라고 했다가 집권 후 “40%가 마지노선이라는 근거가 뭐냐”고 말을 바꾼 전임자를 반면교사 삼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가 채무가 브레이크 없이 증가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윤석열 정부를 평가할 때 기준이 될 또 다른 숫자는 0.81명, 지난해 합계출산율이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05명이었던 출산율은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0.7명대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저출산의 원인에는 일자리, 부동산, 코로나 팬데믹, 남녀 갈등 같은 여러 문제가 얽혀있지만, 출산율은 결국 한 사회가 아이를 낳고 살 만한 곳인가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국가가 존립 불가능한 수준까지 출산율이 떨어졌다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명백한 신호다.

인사와 소통을 평가할 때 자주 등장할 숫자는 34명과 10회다. 34명은 문 전 대통령이 야당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 숫자이고, 10회는 임기 중 기자회견 횟수다. 10회는 역대 가장 적은 편이고, 34명은 역대 단연 많다. 415조, 0.81명, 10회, 34명. 이 네 숫자를 모아놓고 보면 문재인 정부가 40% 넘는 지지율로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보다도 못하다면 윤석열 정부도 실패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