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열 번에 능히 할 수 있다면
- 人十能之·인십능지
아예 배우지 않으면 몰라도 일단 배우기 시작했다면 능할 때까지 중도에 포기하지 말라. … 남들이 한 번에 능히 할 수 있다면 (모자라는) 나는 백 번 만에라도 행하고, 남들이 열 번에 능히 할 수 있다면 (모자라는) 나는 천 번에라도 행한다.
有弗學, 學之弗能弗措也. … 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 (유불학, 학지불능불조야. … 인일능지, 가백지. 인십능지, 기천지.)
위 글은 중용(中庸)에 나온다. 남이 한 번에 배우기를 마친다면, 그보다 능력이 부족한 나는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노력해 배운다는 말이다. 일단 하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목표한 바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비록 어리석더라도 반드시 현명해지고, 비록 유약하더라도 반드시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논어가 ‘인(仁)’을 가르치는 경전이라면 중용의 핵심은 ‘성(誠)’, 즉 ‘생각과 마음과 말과 행동의 진실됨’이라 할 수 있다. ‘맹자’ 이루(離婁) 상편에도 “是故(시고), 誠者(성자), 天之道也(천지도야); 思誠者(사성자), 人之道也(인지도야)”라는 말이 나온다. 誠이라 함은 하늘의 道, 誠하려고 함은 사람의 道라는 말이다. 사람이 진실로 노력한다면 이루지 못할 바가 없다는 것이다. 능력이 떨어진다고 절망하거나 포기할 게 아니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서 우리가 아는 것처럼 꾸준히 노력하는 자가 오히려 성공한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백곡(栢谷) 김득신(金得臣·1604~1684)이 대표적인 사례로 늘 꼽힌다. 그는 어릴 때 천연두를 앓아 지각이 발달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말해 바보였다. 부친은 그에게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읽다 보면 어려운 글도 깨닫게 될 것”이라며 격려했다. 그는 그때부터 책을 잡고 수없이 반복하여 읽고 또 읽었다. ‘사기열전’ 중 ‘백이전’을 11만3000 번 읽었고, 다른 책들도 1만 번 이상 읽었다. 결국, 한문 4대가로 꼽힌 이식에게서 “그대의 시가 제일이다”는 말을 들으면서 세상에 문명을 널리 알렸다. 공부뿐이겠는가? 일상의 작은 배움도 같은 이치다. 목압서사를 방문한 부부 중 아내 분이 자전거 타는 걸 배우다 포기했다는 말을 들으니 중용의 글이 얼핏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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