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해바라기 꽃만이 해를 향해 기울어 있네
- 惟有葵花向日傾·유유규화향일경
사월 좋은 날씨에 비가 오다 갠 뒤(四月淸和雨乍晴·사월청화우사청)/ 집 앞의 남산 모습 더욱 뚜렷하네.(南山當戶轉分明·남산당호전분명)/ 바람에 날리는 버들 솜 더는 없고(更無柳絮因風起·갱무유서인풍기)/ 오직 해바라기 꽃만이 해를 향해 기울어 있네.(惟有葵花向日傾·유유규화향일경)
위 시는 북송(北宋)시대 정치가이자 시인 사마광(司馬光·1019~1086)의 작품 ‘客中初夏’(객중초하·객지에서 초여름에)로 그의 문집인 ‘사마문정공집(司馬文正公集)’에 수록돼 있다.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임금을 향한 충정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3, 4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람에 날리는 버들 솜은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고, 오로지 내 마음은 임금에게로만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표현은 계절 모습을 잘 나타내는 것처럼 은유적으로 그린다. 1, 2구는 날씨를 비유하지만 흐린 날씨가 개면 더욱 맑은 날이 오듯 태평성대한 때가 올 것을 말하고 있다.
사마광은 출세가도를 달리다 신종이 왕안석을 발탁해 신법(新法)을 단행하게 하자, 이에 반대해 추밀부사직을 버리고, 1070년 외지로 나갔다. 신종이 죽고 어린 나이의 철종이 즉위하자, 신법을 싫어하는 조모인 선인태후가 섭정하게 됐다. 사마광은 태후에게 발탁되어 중앙에 복귀하여 정권을 담당하면서 실력을 행사했다.
마지막 구의 ‘葵花’는 일반적으로 해바라기를 뜻하지만, 접시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고운 최치원은 시 ‘蜀葵花’(촉규화)에서 “거친 밭 언덕 한 모퉁이에(寂寞荒田側·적막황전측)/ 탐스런 꽃송이에 가지 휘었네.(繁華壓柔枝·번화압유지) …/ 천한 곳에 태어남이 부끄러워서(自慙生地賤·자참생지천)/ 버림받는 그 한을 참고 견디네./(堪恨人棄遺·감한인기유)”라고, 중국 유학 시절 자기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 여기서 ‘蜀葵花’는 대개는 접시꽃으로 해석된다.
한국고전용어사전에는 ‘葵’를 화품(花品)의 하나로 해바라기(葵花)라고 말하고 있다. 또 충성스러운 마음, 즉 신하가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마치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 돌아가면서 받드는 것과 같다는 데서 ‘葵心’(규심)이라고 한다. 여하튼 요즘 하얗고 빨간 접시꽃이 온 길가에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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