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편견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편견
유안진 (1941∼ )
오를 수 없는 산(山) 하나쯤은 있어줘야 살맛이지
그 산을 품고 사는 가슴이어야 사랑이지
사랑도 그 산에다가 강(江) 울음 바쳐야 절창(絶唱)이지.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시조로 즐기는 재치
그렇다. 우리 생애에 오를 수 없는 산 하나쯤은 있어야겠다. 그 산을 품고 사는 게 사랑이 아니겠는가? 그 산에 바치는 강 같은 울음이 절창이 되리. 이같은 절절한 고백을 바치고 시인은 제목을 슬쩍 ‘편견’이라고 붙이며 외면을 한다.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다운 재치라고 하겠다.
유안진(柳岸津) 시인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범대학과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에서 봉직했다. 산문집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낙양의 지가를 올린 롱셀러다. 장르를 넘나드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 방식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렸을 때 들은 할아버지와 숙부의 시조 가락이 귀에 익다는 그의 재치 있는 시조 한 수를 더 감상해 보도록 하자.
얼음이 녹으면?
이 한 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물이요 물!
아이들의 합창(合唱)//
봄인데 봄이 오는데 한 아이만 중얼거렸지. (‘과학시간’)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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