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85> 정을 두었던 기생과 이별 앞두고 읊은 두목의 시

bindol 2022. 7. 6. 04:22

사람을 대신하여 밤새 눈물 흘리는구나

- 替人垂淚到天命·체인수루도천명



다정한 마음 말로 못해 무정한 듯 보이고(多情却似總無情·다정각사총무정)

술잔을 앞에 두고도 웃음 짓지 못하네(唯覺樽前笑不成·유각준전소불성)

촛불에도 마음 있어 이별을 아쉬워 해(蠟燭有心還惜別·납촉유심환석별)

사람을 대신하여 밤새 눈물 흘리는구나(替人垂淚到天命·체인수루도천명)

위 시는 당나라 말기 대표적인 시인인 두목(杜牧·803~852)의 시 ‘贈別’(증별·헤어지면서) 두 수 중 두 번째 시다. 그의 문집 ‘번천문집(樊川文集)’에 수록돼 있다.

두목은 835년 회남절도사 서기로 있다 감찰어사로 부름을 받아 장안으로 가야 했다. 그때 임지인 양주에서 정을 붙인 기생과 헤어져야 했다. 그녀와 이별하면서 위 시를 지었다. 그녀는 강서관찰사 심전사(沈傳師) 막부에서 일하던 829년 관청의 악적(樂籍)에 이름을 올린 가기(歌妓) 장호호(張好好)다. 두목이 그녀를 두고 지은 ‘장호호시(張好好詩)’ 서문에서 그런 내용을 썼다.

생략한 첫 시에서는 그녀의 아름다운 용모를 노래했다. 3, 4구에서 “봄바람 부는 양주성 십리 길에 늘어선(春風十里揚州路·춘풍십리양주로)/ 주렴 속 미인들도 너만 못하다네(卷上珠簾總不如·권상주렴총불여)”라고 했다. 두목은 착잡하고 어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3구의 촛불에 자기 감정을 이입했다. ‘有心’이라고 한 것이다. 마지막 구에서 초가 사람을 대신해 눈물 흘린다고 했다. 절묘한 표현이다.

며칠 전 필자의 연재 글을 애독하는 친구가 “날도 더운데 어려운 이야기 하지 말고 좀 재미있는 글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런데다 어제 필자가 대학에 있을 때의 학생이 대학원 졸업논문 관계로 찾아왔다. 그 학생과 백석 시인의 시 ‘나와 나타샤 그리고 흰 당나귀’를 언급하게 됐다. 백석의 연인으로 알려진 옛 대원각 주인 김영한1916~1999) 씨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기생이었기에 백석 부모의 반대로 헤어져야 했다. 나중에 그녀가 운영하던 요정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기증해 길상사라는 사찰로 만들었다. 그때 그녀는 “1000억 재산이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고 했다. 친구와 제자가 언급한 이야기를 엮어 두목의 시를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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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情却似總無情 정다움이 지나쳐 무정한 것 같아서

唯覺樽前笑不成 잔 잡고 바라봐도 웃을 수가 없구나

蠟燭有心還惜別 촛불도 유심한가 이별이 슬퍼

暫入垂淚到天明 날이 밝아오도록 눈물 지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