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99] ‘바람과 나무’의 노래

bindol 2022. 7. 8. 03:54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99] ‘바람과 나무’의 노래

입력 2022.07.08 03:00
 
 

표준(標準)이라는 말은 자주 쓴다. 앞의 표(標)는 나무의 맨 윗가지를 가리킨다. 그에 견줘 사물의 높낮이를 파악할 수 있다. 뒤의 준(準)은 물 있는 곳의 수면을 지칭한다. 이로써 사물의 기울기를 헤아릴 수 있다. 그래서 단어는 기준, 규범 등의 뜻을 얻는다. 그렇듯 우뚝 솟은 나무의 꼭대기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곧잘 닿는다. 그곳에 거센 바람이 걸려 나무가 몹시 흔들릴 때는 더욱 그렇다. 오늘은 흔히 ‘풍목(風木)’이라고도 적는 바람과 나무의 이야기다.

성어로는 우선 풍목지비(風木之悲)가 떠오른다.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는 중국 속언에서 유래했다. 그다음 구절이 “자식은 모시려고 하지만 부모는 기다리지 않는다(子欲養而親不待)”다.

그래서 부모 여읜 자식의 슬픔이 속뜻이다. 그러나 바람과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자식의 애달픈 효성에만 멈추지 않는다. 바람을 견디는 나무, 바람을 불러들인 나무에도 주목한다. 우선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려…”라는 우리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한 구절이 아주 유명하다.

 

기초가 튼튼하면 웬만한 시련은 견딘다는 말이다. 왕조 통치의 근간을 굳건히 다진다는 뜻을 담았다. 그러나 나무가 괜히 몸집을 키워 바람을 불러들인다는 점에도 착안한다. 수대초풍(樹大招風)의 중국 성어가 그렇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 속담과 같다. 넘치는 동작 등으로 비난이나 오해를 부른 이가 그 대상이다. 요즘 중국이 꼭 그런 꼴이다. 대외 확장의 기세가 지나쳐 지구촌 곳곳에 반중(反中) 정서가 가득하다.

몸집 키웠다고 으스대던 중국이라는 나무가 거센 바람을 부른 형국이다. 이러다가 잎사귀 다 떨군 나목(裸木)의 지경에까지 닿지 않을까 걱정할 형편이다. 어제와 오늘, 중국의 이미지가 크게 뒤바뀌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