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61] 과잉의 청구서
매일 먹는 한 움큼의 영양제가 과한 게 아닌가라고 걱정하던 즈음, 노년에는 ‘복용하는 약의 가짓수’를 체크해 필요한 약물만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을 읽었다. ‘노인내과’ 의사 정희원은 저서 ‘지속가능한 나이듦’에서 노인의 경우 복잡한 약을 정리하는 것만으로 상태를 개선할 때가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 65세 인구 중 73%가 두 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고, 평균 4.1가지 약을 복용한다.
현대 사회에선 ‘결핍’보다 ‘과잉’이 문제될 때가 많다.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정보는 ‘신호’와 ‘소음’으로 뒤섞여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24시간 편의점이나 배달 시스템은 현대인을 쉽게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병 환자로 만든다. 노화를 인간의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닌 ‘질병’으로 재정의한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가 노화 방지의 비결로 꼽은 대표적인 방법이 ‘소식’과 ‘간헐적 단식’이라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절식과 단식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활성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의 신체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정 나이에 이르면 항상성은 깨지고, 노화의 속도는 개인차를 보인다. 그런 이유로 30대처럼 보이는 10대는 거의 없지만, 80대처럼 보이는 60대는 존재한다. 과식, 과음, 과로 등 젊었을 때는 치르지 않았던 ‘과잉의 비용’을 중장년을 지나 노년기에 ‘근손실’이나 ‘기력 저하’ 같은 결핍으로 돌려받기 때문이다. 이른바 과잉의 청구서인 셈이다.
100세인 연구에서 장수 노인들에게 보이는 공통점 중 하나가 ‘무리하지 않기’라는 걸 알고 무릎을 쳤다. 그들은 배부르기 전에 숟가락을 내려놓고, 피곤하기 전에 쉬었다. 나이가 들면 육체적 과잉뿐 아니라 감정과 욕망의 과잉도 놓아 주어야 한다. 뭔가 부족하다는 만성적 느낌에 시달리며 계속 채워 넣으려는 지금의 우리가 새겨야 할 지혜다.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집착을 버리면 비로소 ‘충분함과 과분함’을 깨닫고, 결국 ‘감사함’이라는 선물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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