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不知何處弔將軍·부지하처조장군
모르겠네. 어디에서 장군을 조문할지
황량한 성에 고각 소리 울려 퍼지고(荒城鼓角可堪聞·황성고각가감문)/ 옛 나루터엔 저물녘 구름 무심히 흐르네.(古渡空飛日暮雲·고도공비일모운)/ 애절한 강 물결 여전히 원기를 띠었고(咽咽江波猶帶怨·열열강파유대원)/ 알 수 없네. 어디에서 장군을 조문할 지(不知何處弔將軍·부지하처조장군)
권상하(權尙夏·1641~1721)의 시 ‘彈琴臺’(탄금대에서)로, 그의 문집인 ‘한수재집(寒水齋集)’ 권1에 수록돼 있다. 권상하는 송시열의 수제자로, 이이-송시열로 이어지는 기호학파 학통을 계승한 문사이다.
충주 탄금대는 가야의 우륵(于勒)이 가야금을 연주하던 곳이라 하여 탄금대란 명칭이 붙은 곳이다. 또한 임진왜란 때 신립(申砬·1546~1592) 장군이 소서행장(小西行長)이 이끄는 왜군과 맞서 싸운 곳이다. 충주가 뚫리면 수도 한양이 위험해지는 상황이었다. 신립은 충주성 탈환에 실패하고 본진이 있던 탄금대로 돌아와 싸웠다. 왜군은 탄금대에 주둔한 신립 군대를 포위했다. 신립은 적군 수십 명을 베며 필사 항전했다. 신립은 왜군 손에 죽을 수 없다며 강물에 뛰어들어 전사했다.
조선 병사들이 왜군에게 죽음으로 맞서 싸웠던 탄금대에 권상하가 100년이 넘어 발걸음을 했다. 피 흘리며 격렬하게 싸웠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그냥 무심히 흐르는 강물인데 ‘열열강파(咽咽江波)’로 표현했다. ‘열열(咽咽)’은 목이 메어 우는 소리를 일컫는다. 강물은 ‘원기를 띠고(帶怨)’ 있다. 신립 장군과 병사들의 원한을 말한다. 권상하는 신립 장군이 전사한 탄금대를 찾아 그의 넋을 위로하고 싶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전남 담양에서 하동의 목압서사에 오신 분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소쇄원 이야기를 주고받다 필자가 소쇄원에 드나든 문사 중에 동래부사를 지낸 고경명도 있었다고 말을 꺼냈다. 자연스레 임진왜란 때 아들과 의병으로 싸우다 전사한 고경명 장군 이야기를 하다 신립 장군 이야기로 이어졌다. 한 분이 “신립은 졸장”이라며 “그가 패했기에 한양이 점령된 것”이라 주장했다. 필자는 “그래도 끝까지 싸우다 전사했으니 깎아내릴 필요까지야 있습니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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