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경제 살길 보여준 삼성 반도체의 ‘3나노’ 초격차
삼성전자가 고객 맞춤형으로 생산한 3나노(nm·10억분의 1m)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시장에 내놨다. 연구소에서 만든 시제품이 아니라 실제 판매용으로 쓰이는 3나노 반도체를 처음으로 대량 생산한 것이다. 3나노 수준까지 가면 전류를 통제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데, 삼성은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GAA)을 독자 개발해 난관을 뚫었다. 전력은 45% 절감되고 성능은 23% 향상되면서 반도체 면적은 16% 줄였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1994년 세계 최초로 256M D램을 개발한 이후 메모리 반도체에 관한 한 세계 최초, 최고 집적도 반도체 개발 선두 주자로 군림해 왔다.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매년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최첨단 제품을 통해 구현해 왔다. 그 결과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D램은 70%, 낸드는 45%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그러다 최근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2020년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 양산을 시작하는 등 삼성을 바짝 따라붙었다. 대만 TSMC는 수요자가 주문하는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삼성을 압도하고 있다. 이번 삼성 3나노 반도체 양산 소식은 수율 향상과 추가 고객 확보가 관건이긴 하지만 기술력에서 삼성이 여전히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고, 대만 TSMC를 따라잡을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희소식이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는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성장 엔진이자, 한미 동맹을 뒷받침하는 핵심 전략 자산이다.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 유지는 한국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성장, 한국 제품을 시장에서 밀어내면서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30년 만에 두 달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13년 19.7%에서 지난해 0.6%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10.4%에서 2.7%로, OLED TV 점유율은 94%에서 6%로 추락했다. 한국 경제가 살길은 삼성 3나노 반도체처럼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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