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6] 우주 주권

bindol 2022. 7. 26. 04:01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6] 우주 주권

입력 2022.06.14 03:00
 

우주가 다시 패권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에 우주 관련 군사 업무와 작전을 수행하는 ‘우주군’(Space Force)을 창설했고, 이를 바이든 행정부가 계승해 미항공우주국(NASA)의 70%에 상당하는 예산을 사용하는 거대 조직으로 우주군이 급성장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우주 굴기’ 사업을 통해 우주 패권에 도전해 왔고,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ISS)을 건설했다. 최근에 러시아는 미국과 협력해서 건설한 우주정거장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에 대한 항의로 이 사업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대신 중국과 협력해 미국과 우주 패권을 놓고 계속 경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작년에 러시아는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인공위성을 산산조각 냄으로써 전 세계의 비난을 샀다. 이런 발사는 그 자체로 위협적이기도 하지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인공위성 파편은 다른 통신 위성이나 우주정거장에 심각한 위협 요소가 되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주 군사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고, 러시아는 미국에 의한 우주의 군사화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용 우주 기지’를 개발하겠다고 공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위성 통신망을 해킹했으며, 이에 대응해서 우크라이나군은 일론 머스크의 인공위성 인터넷인 스타링크(Starlink)를 이용해 통신을 재개했다.

 

우주는 매우 빠르게 인류의 프론티어(frontier)에서 프론트 라인(front line·최전선)으로 바뀌는 중이다. 이런 변화는 급작스러운 것인데, 심지어 미국과 소련이 수만 기나 되는 핵무기를 축적하던 냉전 시기에도 과학자들은 우주 탐험을 위해 협력했기 때문이다. 1967년에 체결된 ‘우주 조약’ 제1조는 우주개발의 목적이 평화를 위한 것이며, 제2조는 어느 나라도 우주 공간은 물론 달이나 행성을 소유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우주 조약에서 보듯이, 우주에는 주권이 없다. 그렇지만 국가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우주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 15일로 예정된 나로호 발사 성공을 기대하면서, 이제 ‘우주 주권’이 모순어법이 아닐 수 있음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