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언
입력 2022.07.29 00:18

심새롬 정치팀 기자
직언은 정치의 영원한 난제이자 필요조건이다. ‘정관의 치’를 펼친 당 태종은 300번이나 간언(諫言)했다는 충신 위징을 가까이했다. 집요하고 신랄한 비판에 태종이 “이 시골 늙은이를 죽여버릴 테다”하고 울컥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물론 죽이지 않았다.
조선 최고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은 재임 내내 신하의 바른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세상을 뜨기 2년 전까지도 “아래 있는 사람이 마음속으로 그른 것을 알면, 진언(進言)하여 숨김이 없어야 마땅하다”(세종실록 123권)고 손수 강조했다.
대통령제에서도 직언 수용 여부가 리더의 성패를 가르곤 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제도로 위기관리에 성공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이야기가 오래 회자한다.
반면 1977년 4월 뉴욕타임스는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 취임 100일을 이렇게 분석했다. “카터가 그의 선거 공약과 달리 측근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는 한편, 의견이 다른 주위 참모들에게 독설과 퉁명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4년 뒤 카터는 재선에 실패했다. 퇴임 뒤 활동으로 재임 기간 혹평을 만회한 대표적 대통령이다.
9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허태열 전 실장은 지난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나도 쉽지 않았다”고 직언의 어려움을 고백했다. 그는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보다 대통령의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고 현 정부에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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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통령실 인사 A씨와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다 “왜 그런 의견을 윗선에 전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내부에서 문제의식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듯했는데, “내 업무영역 밖 일에 필요 이상으로 의견을 내봤자 주변에 괜한 오해만 산다”는 답을 들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입법부와 행정부는 긴장 관계다”, “직언과 쓴소리도 마다 않겠다”고 공언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가 불과 9일 뒤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적은 ‘텔레그램 충성 맹세’를 노출했다. 직언을 해야 한다는 이상과, 침묵 또는 아첨이 안전하다는 현실 사이 괴리를 견디는 게 권력 주변부 풍경이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