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13] 예술이란 무엇인가

bindol 2022. 9. 27. 15:53

[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13] 예술이란 무엇인가

입력 2022.09.27 03:00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역시 세계 최대 현대 아트 장터 중 하나였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유명 아티스트들이 옆을 지나다녔고, 글로벌 갤러리 큐레이터들이 작품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물론 전시된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개인적으로 17세기 전 고전 미술을 더 선호하고, 20세기 중반 이후 현대 미술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으로 가득한 나로서는 말이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걸까? 도대체 왜 수억, 수십 억을 들여 저 작은 그림을 소유하려는 걸까? 부동산 투기가 어려워진 대한민국 현실에서 아트가 무척이나 흥미로운 투자 상품이 되어버린 것은 당연하겠다. 하지만 투자와 재테크라는 개념이 있기 전 인간은 작품을 만들었고, 국가와 나라가 등장하기 전 예술은 이미 있었다.

 

대리석으로 만든 미켈란젤로의 조각은 먹을 수 없고, 맹수는 천문학적 가격의 피카소 그림으로도 막을 수 없다. 더 많은 동물을 사냥하고, 더 단단한 도끼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낭비해” 인간은 왜 도끼에 무늬를 새기고 동물의 가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걸까?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의 주장대로 예술적 행위와 의식을 통해 호모 사피엔스는 공동체 멤버들 간의 유대감을 키웠을 수 있고, 사치와 미적 욕구는 생물학자 니콜라스 틴베르헌의 이론대로 생존에 필요한 실제의 자극보다 과장된 자극, 그러니까 ‘초정상 자극’을 기반으로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제대로 걷기 전 인간은 춤을 추고, 글을 쓰기 전 그림을 그린다. 말을 하기 전 노래를 하고 키보드를 치기 전 어린아이들의 손은 대부분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발달된 문명을 통해 예술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술은 어쩌면 지극히도 자연스러운 과거 인류의 원천적 표현 방식이었기에, 예술의 존재가 신기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더 이상 예술적 행위를 하지 않는 우리 대부분이 더 신기한 존재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