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6668]멧돼지 발행일 : 2005.10.31 / 여론/독자 A30 면

‘계해잡식(癸亥雜識)’에 보면 ‘멧돼지는 소나무에 몸을 비벼 송진을 묻혀 모래밭에 뒹굶으로써 껍질을 갑옷처럼 두껍고 질기게 하여 다른 짐승의 이빨이나 화살을 튕겨 버린다’고 했다. 고대희랍에 멧돼지와 늑대가 싸우는 소설들에서 초반에 멧돼지가 불리하다가 끝판에는 늑대가 죽어 나자빠지고 있다.‘불본생담(佛本生譚)’에는 한 목수가 주워다 기른 멧돼지가 자라 야생으로 돌아가 저돌성을 배워와 이 목수를 괴롭혔던 호랑이를 물어 죽인다. 백두산 호랑이와 한라산 멧돼지가 거북 등을 타고 만나 소녀를 잡아먹으려는 지네를 합심하여 싸워 구제한다. 대체로 멧돼지 이미지는 긍정적인데에 동서가 다르지 않다. 인간친화적인데다 후각과 시각이 뛰어나 집돼지와 별도로 사육돼온 멧돼지이기도 하다. 드류프라는 지하식물은 여자가 먹으면 요염을, 남자가 먹으면 정력을 보장해 주는 프랑스의 산삼이다. 이를 50m 밖에서 냄새를 맡고 찾아가 파내는 것이 멧돼지다. 거기에 바람을 본다고 할 만큼 시각도 예리하여 중세 유럽 영주들이 영지를 지키는 번저(番猪)로 활약했으며 1㎞ 밖에 이인(異人)이 나타나도 알아차리고 소리를 질렀다 한다. 이에 미 국방부에서 대리전용 멧돼지를 훈련시킨 것이며 경찰돈(警察豚)으로 멧돼지를 기르는 나라도 있다.
멧돼지가 이처럼 시가지로 자주 내려오는 것은 천성인 친화력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사살하지 말고 생포해서 되돌려주었으면 한다.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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