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6655)종이 匠人 발행일 : 2005.09.30 / 여론/독자 A38 면

이미 고려지가 질기다는 것은 중국의 고자(高子)가 갈파, 누에고치를 넣어 만들어 질기기가 비단 같고 희기가 백설 같다 했다. 문헌 ‘임하필기(林下筆記)’에 보면 인조 때 종이옷, 곧 지의(紙衣)를 변방에 보냈다 했고 ‘추관지(秋官志)’에 보면 상류사회에서 종이신, 곧 지혜(紙鞋)의 사치가 심해 금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종이 꽃병, 종이 술잔, 종이 갓, 종이 요강 등 별의별 생활도구를 종이로 꼬아 만들어 썼던 조상들이다. 서양가옥의 안팎 차단물인 유리는 외계를 내계로부터 완벽하게 차단해 버리지만, 조선종이는 방 밖의 볕과 바람 습기를 쾌적하게 완충시켜 방에 자연친화적 차단을 한다. 양지(洋紙)는 산성지라 그 수명이 150년이 고작이지만 조선종이는 중성지라 3000년도 더 간다. 신라 때 지은 탑 속에서 종이에 쓴 불경이 나올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렇게 돌이켜 보면 시들어 오늘에 이른 그 전통을 부활시키는 어떤 무엇을 나라에서 했던가 묻고 싶었던 차제에 탄생된 종이 장인(匠人)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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