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레슬링은 한국계인 리키도잔(力道山)에서 시작한다. 리키도잔에게는 3명의 수제자가 있었으니 자이언트 바바, 김일, 안토니오 이노키다. 셋 다 거구였지만 바바의 덩치가 가장 커 자이언트란 별명이 붙었고 그 다음이 이노키, 김일 순이다. 이노키는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중학생 때 부모를 따라 브라질로 이주해 그곳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안토니오란 링네임을 얻었다. 리키도잔은 바바를 후계자로 택했다. 이노키는 실망하고 나중에 바바와 결별했다. 1976년 프로레슬링을 대표해서 프로권투의 최고봉이었던 무하마드 알리와 이종(異種) 대결을 벌였던 사람은 이노키다. 물론 알리는 서서 무릎 밑으로는 주먹을 휘두르지 못하고 이노키는 누워 있기만 해서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경기 중 하나가 되고 말았지만….
▷턱의 이노키다. 강인해 보이는 턱을 하늘로 치켜들고 주먹을 번쩍 들어올려 ‘다아∼’라고 떠나갈 듯 소리치는 것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말재주도 쇼맨십도 좋아서 정계로 진출해 두 차례 참의원에 당선되는 등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이노키는 북한에도 서른 번 이상 방문했다. 그가 북한과의 교류에 힘썼던 것은 리키도잔의 영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리키도잔은 한국계지만 함경도 출신으로 친북 성향이었다. 북한에서도 리키도잔의 명성이 높았고 이노키는 그 덕을 봤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