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사이버 금융 역량이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센터가 발표하는 ‘국가별 사이버 역량 지표 2022’에서 집계된 순위다. 북한은 사이버 방어력, 해외정보 수집력, 인터넷 정보 통제력 등 나머지 7개 분야에서는 하위권인데 유독 사이버 금융 분야에서만 기형적으로 점수가 높다. 2위를 한 중국조차 이 분야의 점수는 10점대 초반으로 북한(50점)의 5분의 1 수준이다.
▷사이버 금융 분야 점수는 해외 금융기관의 정보통신 기반을 공격하거나 해킹으로 정보는 빼내는 등의 활동을 많이 할수록 높아진다. 조사 대상국인 30개국 중 북한, 중국, 이란, 베트남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0’점을 받았다. 이와 대비되는 북한의 고득점은 불법 사이버 활동이 가상화폐 거래소 공격 등을 통한 금전적 이익 확보에 집중돼 있음을 재확인하는 성적표인 셈이다. 각종 경제제재에 코로나19 봉쇄 여파까지 겹치면서 북한은 외화 고갈 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당국자는 북한을 ‘국가를 가장해 수익을 추구하는 범죄조직’이라고 불렀다. 북한이 유럽과 아시아의 가상화폐 거래소를 공격해 빼낸 금액은 지난해에만 5000만 달러에 이른다. 탈취한 금액의 3분의 1은 핵·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사회의 제재도 점차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겨냥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해킹 정보를 제공할 경우 지급하는 포상금 규모도 최대 1000만 달러까지 높였다. 해킹 차단이 사이버 세계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일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