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6650]월병(月餠) 뇌물 발행일 : 2005.09.16 / 여론/독자 A26 면

동서고금 통틀어 뇌물이란 월병처럼 선의에서 시작되었다는 데 예외가 없다.뇌물을 한문으로 회뢰(賄賂)라 하는데 회(賄)는 예물이란 뜻이고 뇌(賂)는 준다는 뜻으로 예물을 준다는 선의의 뜻이 뇌물로 타락한 셈이다. 영어로 뇌물을 뜻하는 브라이브도 그 어원을 살피면 자선이나 자비심으로 베푸는 금품을 뜻했고 선물을 뜻하는 기프트는 독일말로 독(毒)이란 뜻도 품고 있으니 뇌물이 선의의 탈을 쓰고 있는 데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흥부가 관가의 문지기에게 건네줄 인정(人情)이 없어서 매 맞는 품을 남에게 빼앗겼듯이 널리 보편화돼있던 우리나라 미명의 뇌물이 인정이다. 관가에 결재서류가 올라가면 결재란에 ‘복(卜)’자를 써 반환시키는데 한 짐 지어 보내라는 뇌물요구 사인으로 이를 인정, 복(卜)이라 불렀다. 상여나갈 때 부르는 향두가에 보면 저승가는 열두 대문마다 인정을 쓰지 않으면 통과시키지 않기에 상여 앞에 지전(紙錢)을 들고 가야 했다. 치계미(雉鷄米)라 하여 사또 밥상에 오를 찬값이라는 미명의 뇌물, 초혜료(草鞋料)라 하여 포졸들의 짚신값이라는 미명의 뇌물, 지장가(紙杖價)라 하여 형장(刑杖)칠 때 종이 몽둥이로 쳐주는 대가로 요구하는 뇌물, 심지어는 청렴결백을 기른다는 뜻인 양렴미(養廉米)라는 뇌물마저 있었다. 촌지(寸志) 미의(微意) 설대(舌代) 촉대(燭代) 거마비(車馬費) 봉투 떡값, 그 떡에서 떨어지는 떡고물 등 뇌물미명은 끝이 없다. 드디어 그 떡 시리즈에 중국마저 끼어들어 월병이라는 새 뇌물명사가 등장한 것이다.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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