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6648]원당암(願堂庵) 발행일 : 2005.09.12 / 여론/독자 A30 면

그리스의 파르테논이나 중국의 만리장성처럼 웅장해야만 관광자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형태는 작고 한낱 고목 그루터기일지라도 그에 도사린 연유나 뜻이 깊고 감동적이면 관광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더욱 자연이나 역사 유적의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인지라 뜻으로 감동을 극대화하는 관광재 개발에 눈을 돌릴 때라고 본다.
때마침 해인사에서는 근간에 발견된 신라 말의 쌍둥이 나무 불상(佛像)의 상견법회에 연일 인파가 몰리고 있다 하니 온 세계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고 찾아들게 하는 작지만 큰 감동의 정신문화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쌍둥이 불상의 복부에서 나온 기록으로 신라 말의 한 정승과 그의 연인이 저승에 가 성불(成佛)로 사랑을 이루고자 한 소원을 담은 쌍둥이 불상이며, ‘삼국사기’를 조회하여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린 신라 진성여왕(眞聖女王)과 정승 위홍(魏弘)이 그 주인공임이 드러났다. 동서고금의 사랑의 역사에서 애정 농도가 이보다 진할 수 없는 조형물이라는 차원에서 다시 보아야 하고 지금은 해인사에 속한 암자에 불과한 원당암(願堂庵)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죽어서 소원을 비는 원당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조선조 성종 때 해인사를 중창하는 도중 대들보에 끼워둔 43권의 문서를 발견했고 거기에 여왕의 사랑과 해인사와의 연관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으며 거기에 여왕이 먼저 죽은 연인을 위해 원당(願堂)을 지었다 했으니 이것이 원당암의 뿌리다.
여왕은 왕위를 버리고 원당암에서 살다가 돌아가셨으니 유명(幽明) 간을 오간 이만한 사랑을 동서고금 어디서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있겠는가. 원당암 둘레에 어정수(御井水)라는 지명이 살아 있고 원당암의 신라 말 다층탑과 배례석(拜禮石)의 비밀도 벗겨진 셈이다. 쌍둥이 불상이 좌정할 본고장은 원당암이요, 그 내력을 온 세계에 알림으로써 사랑의 메카로 가꿔 나갔으면 한다.
kyoutaelee@chosun.com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규태코너]<6646>뷰티 指數 (0) | 2022.10.04 |
|---|---|
| [이규태코너](6647)카트리나 韓國情 (0) | 2022.10.04 |
| [이규태코너][6649]한반도 홍수설 (0) | 2022.10.04 |
| [이규태코너][6650]월병(月餠) 뇌물 (0) | 2022.10.04 |
| [이규태 코너][6652]李蘭影의 還魂 (0) | 2022.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