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 이규태코너 ]<6642>開城 보고 싶은 곳들

bindol 2022. 10. 4. 08:32
[ 이규태코너 ]<6642>開城 보고 싶은 곳들 발행일 : 2005.08.29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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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당시 극단 중에 일류멤버를 거느렸던 연극사(硏劇舍)가 개성에 천막을 쳤지만 궂은비가 계속되고 손님은 들지 않아 여관에서도 더 이상 공밥 줄 수 없다고 밥상을 내지 않던 날 무대감독인 왕평과 작곡가 전수린이 개성 고궁터인 만월대(滿月臺) 구경을 했다. 벌레 소리만 황량한 황성 옛터와 나라 잃은 민족 애수가 겹치고 거기에 손님 없는 허탈이 겹쳐 악상이 떠올랐다. 전수린이 바이올린을 들어 즉흥적으로 작곡을 하고 왕평이 가사를 붙인 것이 ‘황성옛터’요 이 노래를 부른 이애리수는 민족가수로 떴으며 민족 공감대를 타고 밭 매는 아낙마저 이 노래 못 부르는 이가 없었다는―그래서 총독부가 금지가요로 판금시켰던 노래다. 나라 잃은 민족체험이 있는 우리에게 구경거리 이상의 것이 가중돼 있는 만월대다. 첫 번째 시범으로 시행된 개성관광에서 민족정서의 공약현장인 황성옛터가 빠졌고 만월대와 정서적으로 연계된 정몽주(鄭夢周)의 살해현장 선죽교(善竹橋)가 안내되었다. 역시 쿠데타에 희생당한 덕물산(德物山)의 최영(崔瑩)신당이 있다. 팔도 무당들이 최영장군의 원혼(寃魂)을 달랜다는 기치 아래 총집결해 축제를 벌였던 세계적 샤머니즘 문화재다. 이 제전에 희생된 저육을 성계육(成桂肉)이라 하여 이를 씹어먹는 것으로 장군의 원혼을 달랬다 한다. 물론 그 신당이 남아있을 리 없지만 언젠가는 부활되어 세계적 관심의 표적이 되게 했으면 한다.

개성에 있으면서 그 진가가 알려져 있지 않은 세계적 문화재로 고려 성균관(成均館)을 들 수 있다. 유럽에 있어 대학의 시초로 1100년대에 세워진 볼로냐대학(伊), 파리대학(佛), 옥스퍼드대학(英)을 치는데 이에 비해 개성의 성균관이 세워진 것은 그보다 100년이나 앞선 992년의 일이다. 6개학부로 된 국립종합대학으로 6년제 전문부와 9년제 태학부로 나누어져 있었다. 서양사람들이 보고 싶고 인식을 달리하는 문화재란 고려자기나 거북선보다 문화 선진의 물적 증거물들이다. 그것이 개성에 있다. 설립 당시는 50여개 건물이었던 것이 지금은 대성전과 명륜당 그리고 그 부속 건물이 고작이라지만 세계적 안목에서 민족의 긍지와 연계된 질적 관광재로 십상이다. 이처럼 질로 보는 관광으로 바꾸어 나갔으면 하는 개성 관광이다.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