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불특정 난사심리
동서고금 할 것 없이 불만 없는 사회는 없었고 그 누적된 정신 압력을 분출시키는 민속도 꽤나 발달해 있었다. 우리나라에 욕바위란 지명이 많은데 사방팔방 듣는 이 없는 이 바위 벼랑에 서서 두 손 입에 모아대고 불평불만을 부풀게 한 대상을 향해 욕을 실컷 퍼붓곤 했던 것이다.
크고 작은 돌무더기가 널려있는 바위 비탈에는 그 암석을 굴려 굉음을 냄으로써 스트레스를 날리는 민속도 여러 고을에서 채집되고있다. 그렇게 수백년 굴러내린 암석이 겹겹이 쌓였기로 돌묻이골이란 지명이 붙은 이곳들에서 발산시킨 한국인의 억하심정을 환산한다면 수천수만 메가톤에 이를 것이다.
마을에서 집집마다 쓰는 바가지가 금이 가면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마을 무당집에 갖다주는 것이 관례였다. 무당집 뒤란에는 금이 간 바가지들이 쌓여 있게 마련이고 마을에서 분통나는 일을 당하면 무당집 뒤란에 가서 이 금간 바가지를 밟아 깨거나 지게 작대기로 후려쳐 바가지 깨지는 파열음으로 움츠러든 심정을 복원시키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화가 나 남을 해치거나 살림을 망가뜨리면 "이 사람아 바가지나 깨트릴 일이지…" 했던 것이다.
부인들의 억하심정 발산수단으로 물박치기라는 게 있었다. 수부희(水缶?)라고도 하는 이 놀이는 저녁 설거지 끝내고 모인 부인들끼리 물을 가득 담은 함지에 바가지 엎어 띄워놓고 윷짝으로 치며 노래를 읊었다. '씨에미 박 막박 뚝딱 /씨할미 박 막박 뚝딱 /씨누이 박 막박 뚝딱…' 하며 시집살이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시집 식구를 차례로 거론, 이 박을 치며 물박으로 진폭된 타박음으로 포화된 감정을 분출시켰던 것이다.
위계 질서가 삼엄한 사회일수록 이 누적된 포화감정의 농도는 짙다. 더더욱 핵가족화로 외톨이인 데다 공부방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된 격리공간에서 형제나 친구들과 담을 쌓고 인터넷만으로 외계와 단선 교류하며 자란 세대들은 이 포화감정을 완충시키고 해소시킬 줄 모르기에 폭발이라는 극한으로 치닫게 마련이다.
지금 충격을 주고 있는 전방의 불특정 상대 난사사건은 단발사건이 아니라 이어질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데 걱정해야 하며 그 일환으로 전통 해소문화를 추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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