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마오리족의 코인사

bindol 2022. 10. 6. 19:28

[이규태 코너] 마오리족의 코인사

조선일보
입력 2005.05.31 18:34 | 수정 2005.05.31 21:07
 
 
 
 

청나라 강희제(康熙帝) 때 대만을 돌아보고 쓴 ‘대해사차록(臺海使?錄)’에 보면, 그 원주민들은 “아는 사람끼리 만나면 붙들고 콧등을 비비는 것으로 애경(愛敬)을 나타낸다”고 했다. 이어 대만 전사(戰士)들은 상관을 보면 콧등을 쳐들어 콧구멍을 보이는 것으로 복종을 나타낸다고도 했다.

이 같은 코인사(Nasengruss)는 멀리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남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 원주민들 간에 널리 번져 있는 인사법이다. 북방 에스키모나 아이누족들이 콧등을 손가락으로 비비는 인사도 이 코인사의 변형으로 보고 있다.이를 두고, 개들이 만나면 서로 코를 맞대고 냄새로 동질성을 확인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학설이 있다.

이 코인사 문화권에서 냄새를 맡는다는 말과 인사를 한다는 말은 동일하다는 점에서 이 학설은 설득력을 갖는다. 동서양계 언어들에 크게 영향을 미친 산스크리트말의 비음(鼻音)인 ‘글라ㅡ’가 바로 그것이요, 라틴어의 인사를 뜻하는 말의 뿌리가 되고 있다.

이를테면 이탈리아말의 '글라티아', 영어의 '글리트', 독일말의 '그루센', 네덜란드말의 '그루텐'도 코를 맞추어 인사했던 고대문화의 언어상 잔존이다. 다만 유럽에서는 코끼리 맞추었던 종적 접촉에서 입끼리 맞추는 횡적 접촉으로 약간의 하강을 했을 따름이다.

코인사 하면 연상되는 남태평양의 마오리족이 원주민 행색으로 한국에 와 주요 도시를 돌면서 문화교류를 하고 있다. 문화가 다르기에 갈등이 일어날 것이다. 이들이 한국사람을 만나면 눈을 부라리고 혓바닥을 날름 내밀며 코를 비비려 들기에 마치 공갈 협박하고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눈을 부라리는 것은 이 세상 도처에 널려 있는 불행의 씨앗인 사시(邪視)를 공갈해서 내쫓는 행위요,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것은 마치 한국에서 침을 퉤 퉤 퉤 세 번 뱉어 액귀(厄鬼)를 쫓는 듯한 정화(淨化)작용인 것이다. 이들은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ㅡ” 하는 70년대 우리나라에 유행했던 ‘연가’를 즐겨 불러 친근감을 유발하기도 할 것이다.

그들 전설 속의 로맨스를 읊은 노래로 우리와 그들 정서 간에 놓인 유일한 문화의 다리이기 때문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