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철갑 상어
프랑스의 루이15세 대관식 때 있었던 일이다. 연회장에서 러시아대사가 표트르 대제(大帝)로부터의 사사로운 선물이라 전제하고 천하의 귀물인 철갑상어 알인 캐비아를 한 스푼 떠서 바쳤다. 이를 입에 담은 왕은 비위에 맞지 않았던지 반사적으로 토해버렸다. 이 캐비아 해프닝은 그후 양국 간의 감정을 촉발시키는 정치적 빌미로 붙어 다녔다. 나폴레옹이 러시아 본토를 침공했을 때 러시아 국민의 프랑스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 루이15세가 토한 캐비아를 상기시킴으로써 적개심을 배가시켰다고 한다. 그만큼 캐비아는 러시아의 자존심이 걸린 내셔널리즘 식품이다.
러시아의 국민식품이 된 것은 바다와 통하지 않은 고립된 카스피해에서 사는 철갑상어의 캐비아가 별미인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캐비아란 말은 타타르, 곧 달단(??)말로, 몽골세력권에서 활동했던 중앙아시아 유목민족인 타타르 음식임을 알 수 있다. 동북구(東北歐)에 갔을 때 한국의 육회와 똑같은 생육요리인 타타르 스테이크를 먹어본 일이 있는데 바로 육회가 타타르족이 퍼뜨린 음식이듯이 캐비아도 이들이 먹기 시작한 북방식품이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에서 "그것은 서민에게 있어 캐비아 같은 것"이라 했는데 바로 돼지 목에 진주란 말과 같은 뜻으로 캐비아가 영국에서도 얼마나 귀하고 값진 음식이었던가를 말해준다.
캐비아는 철갑상어의 알로 주로 북반구에서 사는 어족이긴 하나 우리나라에서도 드물게 잡혔음은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철갑장군으로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길이가 여러 길이며 비늘이 손바닥만 하게 커 강철처럼 단단하여 두드리면 쇠붙이 소리가 난다 하고 오색이 선명하고 미끄럽기가 빙옥 같으며 맛도 뛰어나다고 했다.
산란을 위해 강으로 회유하는 희귀 보호 어종인 이 철갑상어가 1960년께 한강 반포에 이따금 나타나더니 그후 종무소식이다가 일전에 한강 잠실에서 두 마리가 잡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3~4년 전 양어장에서 빠져나왔을 러시아 철갑상어로 보았으나, 이 황금란(黃金卵)의 어종이 한강에서도 살 수 있다는 실험필의 철갑상어라는 차원에 조명을 대고 싶으며 방생을 시도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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