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코끼리 소동
부처님이 수도하러 코끼리 타고 오르내렸다던 부다가야 정각산(正覺山)에는 지금도 순례자를 태우고 오르내리는 코끼리가 있었다. 부처님이 탔던 바로 그 백상(白象)의 모계로 핏줄을 이어내린 성스러운 코끼리라 하여 오가는 행인이 이 성상(聖象)을 만나면 땅에 엎드려 합장하던 것이 기억난다.
부처님을 잉태할 때 마야부인의 태몽이 백상(白象)인지라 불교국가들에서는 부처님을 상왕(象王)으로 호칭하기도 한다. 십수년 전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에서 행사때마다 성체인 불치(佛齒)를 나르던 코끼리가 죽자 정부에서는 국장(國葬)을 치렀다. 동서고금에 전무후무한 동물 국장이 아닐 수 없다.
인도에서 이렇게 종교에 수용됐다면 중국에서는 인륜과 영합되었다. '상지(象志)'에 보면 한(漢)무제(武帝)때 코끼리는 임금만 보면 큰절을 하고 당(唐) 덕종(德宗)때 코끼리는 암놈이 죽자 수놈이 진흙을 둘러쓰고 단식 100여일 만에 순사(殉死)했다. 동물학자들의 관찰에 보면 반드시 과장만은 아니다.
진흙땅에 빠져 혜어나오지 못하면 동료 코끼리들이 밤새워 둘러서서 구해내고 장난이 심한 아기 코끼리에게 어미가 코로 체벌을 가하는 관찰사례는 흔하다. 사람에게 잡혀간 코끼리를 돌려주고 추적해보았더니 인간 냄새를 맡은 후로는 그들 생활권에서 소외시켜 끝내 외따로 죽어가게 했다는 관찰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코끼리가 들어온 것은 태종 11년(1411)으로 일본 막부(幕府)에서 '팔만대장경'을 얻고자 인도 코끼리 한 마리를 바쳤는데 교화를 덜 받았던지 자비나 도덕과는 거리가 있었다.
사육사를 코로 말아 죽이더니 공조전서(工曹典書)인 이우라는 이가 구경하러 갔다가 그 꼴이 추하다 하여 비웃자 노하여 발을 들어 밟아 죽였다. 그래서 전무후무한 동물재판을 벌여 사형선고를 내렸으니 임금님의 감일등으로 소록도로 유배형을 당했었다.
20여년 전에도 대구 동물원에서 저를 먹여 기른 사육사를 밟아 죽이는 살인 코끼리가 있더니 엊그제는 어린이대공원의 코끼리들이 집단탈출한 후 시중에 들어와 소동을 벌였다. 자고로 한국에 온 코끼리들은 종교나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놈들이었을까.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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