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콩기름 자동차

bindol 2022. 10. 7. 09:00

[이규태코너] 콩기름 자동차

조선일보
입력 2005.04.28 18:54
 
 
 
 

기하학의 원조 피타고라스가 암살객에게 쫓겨 도망치는데 콩밭을 가로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콩을 보기만 해도 고함을 지르는ㅡ병적으로 싫어하는 콩인지라 콩밭에 드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했다.

대체로 서양사람들은 콩을 싫어한다. 콩깍지가 지옥의 문처럼 절로 열려 싫어한다느니, 콩은 원한 때문에 죽지 못한 응어리인지라 여인이 먹으면 그 원령(怨靈)을 잉태한다기도 하고, 마녀들이 타고 다니는 빗자루를 콩줄기를 엮어 만들었으며 유령을 그릴 때 콩나물처럼 일족(一足)으로 그리는 등 콩에 대한 인식이 극히 부정적이었다.

이 세상 어느 지역이건 기후 풍토와 지질에 알맞은 곡물이 있게 마련인데, 옛 고구려 영토를 포함한 한반도에 알맞은 곡물이 바로 콩이요, 이 지역이면 아무리 불모의 땅일망정 콩만 심으면 잘도 자랐다. 콩은 스스로 질소비료를 품고 뿌리 내리기에 거름을 주지 않아도 되고, 논두렁 콩이 잘도 자라듯이 아무리 잡초 속일지라도 영향받지 않는다. 그래서 2차대전 종전 당시만 해도 전세계 총생산량의 70%를 한반도와 만주 곧 한국의 구영토에서 생산했던 원산지였다.

실학자 이익(李瀷)은 대두론(大豆論)에서 세상에는 못사는 사람이 많은데 가난한 백성이 목숨을 이어온 것은 바로 콩 덕택이라 하고 한반도에서 잦은 외난과 흉년을 이겨낸 저력으로 바로 이 콩을 들었다. 임진왜란 때 기록에 보면 전투부대가 이동하기 전에 선행하는 것이 콩을 소 길마에 얹고 이동하는 합장(合醬)부대였다. 멀리는 임진왜란, 가까이는 6·25 전쟁에서 된장 두부 콩나물 없이 전쟁을 해낼 수 있었다고 장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했던 이 대두 종주국의 불찰로 미국으로 주산지가 옮아가 지금은 세계 총생산량의 70%를 기록하고 있으며,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수입해 먹어왔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이 지하 에너지인 휘발유다. 약간의 가공을 한 콩기름이 디젤기관의 연료로서 개발에 성공,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콩밭으로 세계에서 가장 적성인 우리나라 도처에서 유전이 발견됐다는 것과 다를 것 없으며 농작물 시장 개방으로 시급해진 대체작물을 종주국 탈환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이규태 ·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