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동남아 해일 震源考
옛날 문헌을 읽다 보면 허황되고 믿지 못할 전설만 같아도 후세에 일어난 어떤 사실과 연관시켜보면 허황된 기록이 아니었음을 절감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지금 사망자가 15만명대를 웃돌고 있는 동남아 해저지진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다. 그 가공할 해일을 밀어붙인 진원이 인도네시아 본토인 자바(爪?)섬 남서 외해다. 이 해역에는 예부터 이상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5세기 명나라 영락제(永樂帝)는 동남아시아 인도양 페르시아만 아프리카 동해안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해상활동을 벌였었다. 30년 동안 일곱 차례의 대선단을 파견한 것으로 미루어 야심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모험을 이끈 분이 정화(鄭和)요, 그와 동행한 마환(馬歡)이 그 견문을 적어남겼는데 이 자바섬 외해 바로 이번 대재난의 진원 해역에 짠 바닷물 아닌 민물이 솟는 해역이 있어 바닷사람들은 이를 성수(聖水)라 받들어 식수로 쓰고 있다 했다.
마환은 '영애승람(瀛涯勝覽)'에 그 신비의 전설을 이렇게 적고 있다. 원(元)나라 때 중국의 사필(史弼)과 고흥(高興)이라는 장수가 이 조와(爪?)섬을 침공했을 때 몇 달이고 상륙할 수 없어 이 해역에 머물고 있었는데 배 안에 식수가 떨어져 병사들이 갈증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이에 두 장수가 하늘에 큰 절을 하고 "천명을 받들어 야만국을 치러왔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마실 물을 주겠습니까 주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빌었다. 이렇게 빌고서 들고 있던 큰 창을 바다에 힘껏 던졌는데 그 창끝이 해저를 찌르자 바다를 가르고 연기가 솟더니 민물이 솟구쳐 올랐다는 것이다.
해수복판에서 담수가 솟는 기적을 신격화한 전설이겠지만 해저의 화산활동에 의한 지각균열로 담수가 분출했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으며 이 해역의 해저 화산활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활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된다. 또한 20여년 전 한국 시추선이 해저에 박은 파이프에서 가스가 분출한 것도 바로 이 해역이라는 점을 취합해보면 지각균열에 의한 해일이 예고된 해저로 한낱 전설이나 견문 그리고 옛기록을 부질없다 넘겨버릴 일만은 아님을 새삼스럽게 하는 재앙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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