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동남아 해일 震源考

bindol 2022. 10. 9. 15:37

[이규태 코너] 동남아 해일 震源考

조선일보
입력 2005.01.04 18:15
 
 
 
 

옛날 문헌을 읽다 보면 허황되고 믿지 못할 전설만 같아도 후세에 일어난 어떤 사실과 연관시켜보면 허황된 기록이 아니었음을 절감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지금 사망자가 15만명대를 웃돌고 있는 동남아 해저지진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다. 그 가공할 해일을 밀어붙인 진원이 인도네시아 본토인 자바(爪?)섬 남서 외해다. 이 해역에는 예부터 이상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5세기 명나라 영락제(永樂帝)는 동남아시아 인도양 페르시아만 아프리카 동해안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해상활동을 벌였었다. 30년 동안 일곱 차례의 대선단을 파견한 것으로 미루어 야심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모험을 이끈 분이 정화(鄭和)요, 그와 동행한 마환(馬歡)이 그 견문을 적어남겼는데 이 자바섬 외해 바로 이번 대재난의 진원 해역에 짠 바닷물 아닌 민물이 솟는 해역이 있어 바닷사람들은 이를 성수(聖水)라 받들어 식수로 쓰고 있다 했다.

마환은 '영애승람(瀛涯勝覽)'에 그 신비의 전설을 이렇게 적고 있다. 원(元)나라 때 중국의 사필(史弼)과 고흥(高興)이라는 장수가 이 조와(爪?)섬을 침공했을 때 몇 달이고 상륙할 수 없어 이 해역에 머물고 있었는데 배 안에 식수가 떨어져 병사들이 갈증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이에 두 장수가 하늘에 큰 절을 하고 "천명을 받들어 야만국을 치러왔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마실 물을 주겠습니까 주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빌었다. 이렇게 빌고서 들고 있던 큰 창을 바다에 힘껏 던졌는데 그 창끝이 해저를 찌르자 바다를 가르고 연기가 솟더니 민물이 솟구쳐 올랐다는 것이다.

해수복판에서 담수가 솟는 기적을 신격화한 전설이겠지만 해저의 화산활동에 의한 지각균열로 담수가 분출했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으며 이 해역의 해저 화산활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활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된다. 또한 20여년 전 한국 시추선이 해저에 박은 파이프에서 가스가 분출한 것도 바로 이 해역이라는 점을 취합해보면 지각균열에 의한 해일이 예고된 해저로 한낱 전설이나 견문 그리고 옛기록을 부질없다 넘겨버릴 일만은 아님을 새삼스럽게 하는 재앙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