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韓鷄 精神
닭띠 해 맞아 서울대공원이나 에버랜드에서는 온 세계의 닭들을 모아 구경시키고 있다던데 한국의 역사 속에 살아온 닭들을 모아 보는 것도 무의미하지 않을 것 같다. 가장 오래된 닭은 마한시대의 장미계(長尾鷄)로 꼬리가 5척이나 된다.
가축사의 권위 켈레르는 장미계의 뿌리를 일본에 두고 있는데 8세기나 앞선 한국문헌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적(漢籍)으로 가장 권위 있는 박물지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닭은 조선땅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종류도 많고 약으로도 조선 닭이 제일이라 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이 역사의 닭장에서는 머리에 검은 국화꽃을 이고 있는 듯한 흑봉계(黑蓬鷄)와 꼬리를 하얗게 드리운 백미계(白尾鷄)를 볼 수 있다. 이 닭들은 조선조 성종 때 사신으로 왔던 일본 중에게 한 쌍씩 선물로 준 이색 닭들이다.
백미계는 유명(幽明) 간을 오가는 영혼과 교감하는 영물이라 하여 무당들이 도맡아 길러 내렸다. 연산군 때 일본 사신에게 들려 보냈다는 가상계(呵相鷄)도 이색 닭이다. 껄껄대고 웃는 것을 가가대소(呵呵大笑)한다는 것으로 미루어 그 닭이 웃는 상이기에 얻은 이름일 것이다.
'한국닭' 하면 연상되는 것이 도덕적으로 성숙한 닭들이다. 벙어리 닭이라는 뜻인 아계(啞鷄)도 그중 하나다. 잘고 속된 일에 입을 다물고 눈을 감은 채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해서 아계다. 세상일에 눈 돌리지 않고 귀 기울이지 않으며 소리내어 관여하지 않는 사표로 선비들은 머리맡에 아도계(啞陶鷄)를 놓고 살았다.
양반닭의 준말인 반닭(班鷄)은 두상에 관을 쓰고 있으니 문(文)이 있고, 발에 삼지창(三枝槍)을 지녔으니 무(武)가 있으며, 개나 고양이에게 대들어 물리치니 용(勇)이, 먹이가 있으면 무리를 불러들이니 인(仁)이, 스스로 물러나 있고 먹지 않으니 양(讓)의 오덕을 갖추었다 해서 반닭이다.
덕을 갖춘 수탉이 반닭이라면 어짊을 갖춘 암탉이 맹모계(孟母鷄)다. 털이 촘촘하고 다리가 짧으며 닭집을 잘 지키고 병아리를 안전한 곳으로 잘 유도하며 하늘을 나는 독수리도 알아보고 피한다는 닭이다. 이처럼 외모뿐 아니라 인덕을 갖춘 한국의 닭들로 한류(韓流)에 띄우고 싶은 한계정신(韓鷄精神)이다.
(kyoutaelee@chosun.com)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규태 코너] 한국 女强論 (0) | 2022.10.09 |
|---|---|
| [이규태 코너] 세모 고해(告解) (0) | 2022.10.09 |
| [이규태 코너] 동남아 해일 震源考 (0) | 2022.10.09 |
| [이규태코너] 신종직업 '생활코치' (0) | 2022.10.09 |
| [이규태코너] <6544> 백살 피터 팬 (0) | 2022.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