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목계론(木鷄論)
닭싸움을 좋아했던 제나라 임금을 위해 기성자(紀?子)가 싸움닭을 훈련시키고 있는데 열흘쯤 돼서 임금이 불러 물었다. "닭이 다 됐느냐?" "아직 멀었습니다. 무턱대고 위세를 부리고 기력에 의존하려 듭니다." 그 후 열흘이 되어 다시 물었다. "아직 덜 됐습니다. 소리가 나거나 그늘이 들면 그에 대결하려 듭니다." 열흘이 지나 다시 묻자 "상대를 보면 노려보고 기세를 꺾지 못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난 다음에야 "이제 됐습니다. 다른 닭이 울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마치 나무로 깎아놓은 닭 같습니다. 덕(德)이 갖추어져 다른 닭들이 대들기는커녕 등지고 도망쳐 버립니다" 했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목계론(木鷄論)이다.
지금 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기승을 올리고 있는데 남북대결에서 북측의 비무력 침투에 대한 방어벽을 허무는 것으로, 일방적인 목계를 자처하고 나서는 것이 된다. 고도의 전문 전략 전술을 다루는 체험 많고 연구 많이 한 고급 군인을 필요로 하는 국방부에서 현역 고위 군인을 선별이 아니라 일괄 원대 복귀시키기로 한 것도 목계 지향이다. 미군은 빠져나가는데 방어선에 서 있는 장병들이 북에 적개심을 갖고 대결하는 것보다 조국에 대한 애정으로 무장하는 쪽이 오히려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는 고위 인사의 발언도 목계 발상이다.
이 목계 지향이 일방적이 아니고 쌍방적이라면 통일을 위해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저 편은 미사일 거리를 늘려가고 핵개발을 은연중에 과시하는데, 이 편에서는 그에 대응 무력화(武力化)해야 할 싸움닭을 무력화(無力化)하고 있는 것이 된다. 적개심 없이 상대편을 감동시켜 돌아서게 할 조국애가 어떻게 발휘되는 것이며, 무기를 들고 달려들다가도 싸움을 포기할 목계의 덕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 것인지 국민은 모른다. 그런 보장 없이 일률적인 정치논리로 나무로 깎은 생명력 없는 닭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된다.
위(魏)나라를 사방 천리로 넓힌 오기(吳起)는 ‘요적(料敵)’이란 병법으로 유명하다. 요적은 적정을 살피는 것인데 적국 백성의 사기, 적군의 적개심, 적군의 우군(友軍) 간 결속강도 등 무력보다 정신력으로 승패를 가늠했다. 목계라는 이상론 아래 요적을 당하고 있는 작금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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