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퓨전 김치
서울의 햄버거 가게에 들르는 외국인으로 햄버거 아닌 김치버거를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치 먹는 나라가 100개국을 웃돌 만큼 국제화되고 있는 마당에 햄 대신 김치를 겹쳐 먹는 퓨전 김치가 세상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다는 것이 된다.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듯이 김치버거는 '동서양이 융합한 독특하고도 미래지향적인 제3세대의 맛' 시대의 개막이다.
한국의 한 이탈리아 식당에서는 김치 스파게티를 개발, 별미로 인기를 끌었다. 스파게티의 주원료가 마늘과 고추라는 점, 그리고 음식 색깔이 같다는 점에 착안, 퓨전에 성공한 것이다. 김치 케이크도 제과점의 쇼윈도의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김치를 잘게 썰어 말린 김치빵은 씹을수록 발효미(醱酵味)가 우러나와 일본 등 미식(米食)문화권 관광객에게 마늘빵보다 인기가 높다 한다.
김치의 비장하고도 오묘한 발효미에 착안, 제주도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김치 아이스크림도 개발했다. 잘 삭은 김칫국을 끓여 자극적인 맛을 약화시킨 다음 발효미만을 단맛과 조화시킨 것이다.
전통 김치 퓨전은 김치밥, 김치말이, 김치순두부, 김치전, 김치찌개, 김치주저리, 김치죽, 김칫국냉면 등 열 손가락 미만이었으나, 국제화의 진행으로 퓨전 김치의 전도는 광활하다. 오원미(五元味)라 하여 짜고 달고 시고 쓰고 매운 맛밖에 몰랐던 서양 사람들에게 삭은 맛, 곧 발효미라는 육원미(六元味)를 발견시킨 김치의 퓨전은 세계문화사에 큰 획을 긋기 시작했다. 이미 일본에서 김치 퓨전을 위한 대형 식품회사의 설립이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김치 등 한국 발효식품의 국제규격화를 완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는데, 바로 김치 퓨전의 선점(先占)을 우려해서일 것이다.
동양문화권에서뿐만 아니다. 영화 '사브리나'에서 오드리 헵번이 요리를 배웠던 세계적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 회장이 지난주에 내한, 프랑스 요리와의 퓨전으로 김치의 세계화를 약속했다. 김치는 음식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오묘한 한국문화의 동서 퓨전의 표본으로 문화사의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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