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드레스덴의 십자가

bindol 2022. 10. 14. 08:06

[이규태 코너] 드레스덴의 십자가

조선일보
입력 2004.06.28 18:39
 
 
 
 

지난주 22일 이 세상 양식의 눈들이 온통 드레스덴에 있는 성모교회에 쏠렸었다. 독일 최대의 프로테스탄트 교회요, 짓는 데 6100일이나 걸렸다던 교회가 2차대전 종전 전야인 1945년 2월 13일 영국공군의 대공습으로 6분10초 만에 와해했다 하여 전쟁과 문화재의 함수관계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돼 내려온 현장이다.

극작가 하우프트먼의 집이 이 교회에서 멀지 않았던지 이 대폭격으로 성인상(聖人像)의 파편이 자기집 정원에 날아들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또한 바흐가 연주했다던 오르간이 폭격 맞을 당시까지 이 교회에 있었으며 비오는 밤이면 이 잿더미 속에서 오르간의 저음소리가 들린다 하여 밤길을 피해다녔다고도 한다.

재건현장 앞 골목에 타조 악어 캥거루 고기를 메뉴로 하는 호주식당이 있는데 비오는 날이면 그 오르간 귀성때문에 손님이 뚝 끊어진다는 주인의 말이 생각난다.

이렇게 분단시절 동독땅에서 와력(瓦礫)의 산으로 남아 있다가 1994년 이래 부서진 건물 조각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찾아 분류해서 맞추고 결손된 부분만 보충하는 인류역사 이래 최초 최대의 퍼즐 건축으로 10년 만에 원형을 복원하고 22일에 이 교회의 상징인 십자가를 올리는 의식이 베풀어진 것이다. 내장까지 마치는 완공은 내년 10월로 세계문화사에 기록될 거사로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다.

 

주의를 끄는 것은 드레스덴 대공습에 참여했던 당시 영국 조종사들의 자녀들이 돈을 추렴하고 기부받아 만들어 세운 십자가란 점이다. 영·독(英獨) 화해의 상징이요, 문화재 파괴의 속죄라는 부가가치가 돋보이는 십자가가 아닐 수 없다.

그 잿더미 속에 십자가의 파편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조종사들의 자녀들이, 세계 노벨수상자들이 그 상금을 이 성모교회 복원에 희사해왔다는 데 자극받아 모금운동을 벌였고 십자가 재건비용 1억3000유로 가운데 1억유로를 모금하는 데 성공, 이날 길이 8m, 무게 28t의 십자가를 지름 25m의 거대한 돔 위에 얹기에 이른 것이다. 이로써 성모교회는 이 세상에서 평화기원이라는 교회외적 가장 값진 교회로 거듭난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