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손가락 소포
어린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온 범인이 보석되자 담당 판사에게 잘린 손가락 하나가 배달되었다. 인면수심에 격앙한 범인의 아내요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가 보석에 대한 항의를 그렇게 끔찍하게 표출한 것이다.
한국인에게 있어 손가락은 인체의 한 부위 이상의 진한 뜻이 있어 왔다. 간절한 소원이 있을 때 사람은 종교의식에 준해서가 아니라 저도 모르게 손바닥과 손가락을 맞춘다. 가장 예민하게 무형의 소원을 대행하는 유형의 부위가 손가락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라 때 여인 욱면이 아무리 염불을 하고 합장기도를 해도 세속에 흩어진 마음이 모두어지질 않자 합장한 두 손가락을 송곳으로 뚫어 노끈으로 꿰어 합심을 추구하기까지 했다. 수도승을 두고 쌍단지승(雙斷指僧)이니 삼단지승(參斷指僧)이니 하여 그 도통의 크기를 가늠했는데 세속과의 갈등을 손가락 자르는 것으로 극복했기 때문이다.
충심이나 효심이 머무는 곳도 손가락이다. 부모가 앓아누우면 효자 효녀는 손가락에 기름칠하여 불을 켜고 비는 소지기도(燒指祈禱)를 했고 대의를 위해 결의할 때 손가락을 자르거나 그 피를 내곤 하는 단지(斷指)관행도 그것이다.
아버지-남편-아들 3대를 영의정으로 받든 유일한 복많은 송 부인은 맹렬 여성이었다. 신부인 송 부인의 투정이 혹심하다는 것을 떠보고자 신랑 홍씨가 술상 들고 오는 예쁜 계집종의 손을 짐짓 잡았다. 그러고서 사랑에 나가 있는데 신부가 보로 덮은 상하나를 들여놓는지라 열어보았더니 그 계집종의 손가락들이 잘려 접시에 놓여 있었다.
용한 점쟁이를 신접(神接)무당이라 하고 비장하고 있는 신물을 작동시키면 저승에 있는 사자(死者)와 대화를 했다. 그 유명간의 대화를 가능케 하는 신물을 어린 아기의 손가락으로 만들었다. 며칠 굶긴 젖아기를 가둬놓고 젖통을 접근시킨다.
그 아기의 생명이 그 손가락 끝으로 집결, 농축된 그 순간 손가락을 잘라 신물로 삼았으니 손가락은 신통력의 비정한 발전소이기도 하다. 소포 속의 손가락은 인체의 한 부위가 아니라 한이나 원까지 포함한 인간 심정의 극소인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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