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중심으로 양옆에 길게 늘어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동쪽에는 문관(文官)의 문반(文班), 서쪽에는 무관(武官)의 무반(武班)이다. 이 둘을 합쳐 부르는 말이 문무양반(文武兩班)이다. 줄여서는 그저 ‘양반’이라고 불렀던 과거 조선 시대 상류층이다.
그 ‘반(班)’이라는 글자는 본래 옥돌 두 개 사이에 칼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었다. 옥을 칼로 쪼개는 행위의 지칭이었다는 설명이 따른다. 그로써 이 글자는 ‘나누다’의 동작을 우선 뜻했고, 나중에는 그 결과로 나뉜 그룹을 일컫는 말로도 발전했다고 한다.
‘양반’은 엄격한 계급과 서열의 가혹한 차별 의식을 품은 말이다. 관련 단어가 우선은 반상(班常)이다. 문무양반에 드는 신분의 양반[班]과 그에 끼지 못한 일반인[常]을 차별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다. “상X 주제에 어딜 감히…”라는 대사가 요즘도 TV 드라마에 곧잘 등장한다.
비슷한 맥락으로는 그 ‘서열’을 직접 가리키는 반열(班列), 반차(班次) 등이 있다. 때로는 왕의 동쪽에 선다고 해서 문관 집단을 동반(東班), 서쪽에 서는 무관을 서반(西班)으로도 적었다. 학반(鶴班)과 호반(虎班)은 그 문무양반의 또 다른 별칭이다. 국가를 이끄는 정치권력의 가장 높은 서열을 한때 수반(首班)이라고 곧잘 적었다.
이런 예제(禮制)를 모두 만들었던 중국에서는 요즘도 정치권력의 가장 높은 서열에 있는 사람들을 영도반자(領導班子)라고 적는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정치국, 또는 그 상위에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 등 중국 최고 서열의 권력 그룹이다.
이달에 개막하는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중국의 새 권력자들이 곧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인선(人選)에 이어 향후 중국을 이끌어갈 주요 방침도 확정할 모양이다. 공산당 최고위 권력 집단을 이룰 새 ‘양반’들이 과연 어떤 면면일지 세계가 큰 관심을 기울이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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