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4] 바람이 휩쓸고 간 省察

bindol 2022. 10. 21. 17:17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4] 바람이 휩쓸고 간 省察

입력 2022.10.21 03:00
 
 
/일러스트=김성규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람이 일고 물결이 넘쳤다. 지난 16일 개막한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 이야기다. 풍랑(風浪) 또는 풍파(風波) 등을 곧 마주칠 ‘위기’로 읽는 그 오랜 중국인의 습성은 대회 시작과 함께 이어진 ‘정치보고(政治報告)’에서 곧장 주조(主調)를 이뤘다. 일찌감치 소개했듯 중국인의 관념 속에서 ‘바람과 물결’은 위기 또는 그 전조(前兆)를 가리킬 때가 많다. 전쟁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자주 벌어지고 재난이 다시 그 뒤를 잇는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다져진 뿌리 깊은 위기의식 때문이다.

대회에서 정치보고를 낭독한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먼저 내세우며 “매우 어려운 사명이라 높은 바람에 거센 물결[風高浪急], 심지어는 어마어마한 격랑[驚濤駭浪]을 견뎌낼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강의 추세에 접어든 경제, 미국의 집요한 대중(對中) 제재와 압박, 서방세계와의 소원으로 인한 외교적 고립 등을 다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바람과 물결’은 그런 국내외의 여러 환경을 위협하는 요소로 다시 또 각광을 받았다.

그 위기를 넘어서는 방도의 하나는 바람에 올라타 격랑을 헤쳐 가는 일[乘風破浪]이다. 기상 조건이 스스로 좋아져서 바람이 잦아들고 물결이 가라앉는 상태[風平浪靜]를 맞이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이번 정치보고를 보건대, 중국 집권 공산당은 그 위기의 요소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데 힘을 집중할 듯하다.

늘 그렇듯 야무진 현실 인식과 위기의식으로 무장한 전략가의 풍모다. 그러나 요즘 들어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숱한 위기의 상황은 과연 누가 불렀을까. 지나친 대외 확장 정책이 자초한 결과는 아니었나. 그렇다면 공산당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省察)의 힘을 잃은 듯하다. 이번 당 대회에서 또 두드러진, 공산당의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