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분골쇄신” “자유” 외치지만 국민 감흥 미지근
곧 집권 6개월, 2년차… ‘뉴’ 윤석열 플랜 준비할 때
윤석열 대통령은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라며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두 달 가까이 진짜 분골쇄신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대선후보 때 못지않게 매일 일정이 빼곡하다. 각종 현안을 챙기느라 퇴근 시간도 늦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저녁 식사를 하는데 두 시간 남짓 동안 대통령 전화를 여러 차례 받는 걸 본 이도 있다.
취임 초 우왕좌왕했던 잘못을 바로잡고 신발 끈을 동여매는 자세는 필요했다. 낮은 자세, 약자와의 동행도 적절했다고 본다. 그런데, 대통령이 뭘 하고 다녔는지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열심히 다녔는지는 모르나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반대 진영 프레임에 끌려다닌 탓이다.
뉴욕 비속어 논란이 단적인 예다. 호미로 막을 일을 산처럼 키웠다. 국민 뇌리엔 ‘××’만 남았다. 자신이 사석에서 한 말을 나중에 녹음으로 들어보면 이런 얘기를 했나 싶을 때가 있긴 하다. 그렇다고 참모를 통한 “기억은 나지 않는데…”라는 ‘간접’ 대응은 당당하지 않다는 인상을 줬다.
검사 말투를 버리고 정치인 언어를 익혀야 한다는 지적은 수도 없이 나왔다. ‘고언의 홍수’에 한마디 더 보태면 투박하든 비속어가 섞였든 중요한 건 말의 내용이란 점이다. 정치인의 말엔 늘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이 담겨 있어야 한다. 가치와 신념이 삶의 궤적과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그 정치인의 말은 살아 움직이고 힘을 발휘하고 국민 가슴에 깊이 파고들게 된다.
공정과 상식? 이젠 야당의 역공까지 받을 만큼 말의 힘을 잃었다. 자유? 취임사, 8·15 경축사, 유엔 총회 연설까지 관통했던 단 하나의 국정 키워드지만 확 와 닿지 않는다. 정책으로 구체화하겠다지만 힘든 길이다. 밀이 어쩌고 프리드먼이 어쩌고 해도 만델라라면 모를까 평생 인신 구속을 업으로 살아온 사람이 말하는 ‘고상한 자유’에서 국민들의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쉽지 않다.
대통령의 말을 장황히 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11월이면 취임 6개월이고 곧이어 집권 2년차를 맞는다. 어, 하다 보면 총선 국면으로 금방 넘어간다. 국정 성적표인 지지율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30%대 초반 지지율이 고착될까, 40%를 넘길 수 있을까. 국정 방향은 옳았는데 추진의 문제인지, 국정 방향 자체에 문제는 없는지 등 냉정한 결산을 해야만 할 때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100일 때와는 차원이 다른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개딸에 안보 친일몰이로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있는 야당의 헛발질에 기댈 건지,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더라도 현 체제로 그럭저럭 국정을 끌고 갈지, 말 그대로 환국(換局) 수준의 변화를 줄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이다.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 스스로, 또 누군가는 친윤이 아니라 신윤(新尹), 즉 ‘뉴’ 윤석열 플랜을 준비해야 한다. 흐릿해진 새 정부의 정체성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법치(法治)와 협치(協治)는 현실 정치에서 동시에 구현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모순 관계는 아니다. 다수 국민의 지지 아래 약자에게 따뜻하고 강자에게 엄격한 법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바로 정치다.
대통령은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최고 권력에 굴하지 않는 듯한 검사의 ‘신념’을 보여줬다. 이젠 자신이 최고 권력자다. 누구를 대표하고, 뭘 위해 목숨을 걸 것인가. 대통령 개인의 ‘정치 신념’이 국민과 괴리돼 있으면 아무리 좋은 말을 많이 해도 공허함만 남을 뿐이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
곧 집권 6개월, 2년차… ‘뉴’ 윤석열 플랜 준비할 때
정용관 논설위원
취임 초 우왕좌왕했던 잘못을 바로잡고 신발 끈을 동여매는 자세는 필요했다. 낮은 자세, 약자와의 동행도 적절했다고 본다. 그런데, 대통령이 뭘 하고 다녔는지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열심히 다녔는지는 모르나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반대 진영 프레임에 끌려다닌 탓이다.
뉴욕 비속어 논란이 단적인 예다. 호미로 막을 일을 산처럼 키웠다. 국민 뇌리엔 ‘××’만 남았다. 자신이 사석에서 한 말을 나중에 녹음으로 들어보면 이런 얘기를 했나 싶을 때가 있긴 하다. 그렇다고 참모를 통한 “기억은 나지 않는데…”라는 ‘간접’ 대응은 당당하지 않다는 인상을 줬다.
공정과 상식? 이젠 야당의 역공까지 받을 만큼 말의 힘을 잃었다. 자유? 취임사, 8·15 경축사, 유엔 총회 연설까지 관통했던 단 하나의 국정 키워드지만 확 와 닿지 않는다. 정책으로 구체화하겠다지만 힘든 길이다. 밀이 어쩌고 프리드먼이 어쩌고 해도 만델라라면 모를까 평생 인신 구속을 업으로 살아온 사람이 말하는 ‘고상한 자유’에서 국민들의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쉽지 않다.
대통령의 말을 장황히 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11월이면 취임 6개월이고 곧이어 집권 2년차를 맞는다. 어, 하다 보면 총선 국면으로 금방 넘어간다. 국정 성적표인 지지율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30%대 초반 지지율이 고착될까, 40%를 넘길 수 있을까. 국정 방향은 옳았는데 추진의 문제인지, 국정 방향 자체에 문제는 없는지 등 냉정한 결산을 해야만 할 때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 스스로, 또 누군가는 친윤이 아니라 신윤(新尹), 즉 ‘뉴’ 윤석열 플랜을 준비해야 한다. 흐릿해진 새 정부의 정체성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법치(法治)와 협치(協治)는 현실 정치에서 동시에 구현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모순 관계는 아니다. 다수 국민의 지지 아래 약자에게 따뜻하고 강자에게 엄격한 법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바로 정치다.
대통령은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최고 권력에 굴하지 않는 듯한 검사의 ‘신념’을 보여줬다. 이젠 자신이 최고 권력자다. 누구를 대표하고, 뭘 위해 목숨을 걸 것인가. 대통령 개인의 ‘정치 신념’이 국민과 괴리돼 있으면 아무리 좋은 말을 많이 해도 공허함만 남을 뿐이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