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만물상] 보디 패커

bindol 2022. 10. 15. 10:31

[만물상] 보디 패커

입력 2022.10.15 03:18
 

미국에서 하늘길은 물론 바다 밑으로, 땅 밑으로 은밀하게 운반되는 물건이 있다. 바로 마약이다. 미국 정부가 아무리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도 중남미 마약 조직들은 새 운반 루트를 개발한다. 그 대표적 인물이 ‘멕시코 마약왕’으로 불린 호아킨 구스만이다. 2015년 미국 법원에 제출된 문건엔 그가 마약 밀반입을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에 땅굴을 파고, 잠수함·항공기까지 이용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실제 적발된 내용도 대담하기 그지없다. 2011년 미국 경찰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멕시코 티후아나 사이에서 길이 600m 마약 운반용 땅굴을 찾아냈는데 여기엔 환기 시설은 물론 운반용 전동 수레가 달릴 수 있는 레일, 수압식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돼 있었다. 특히 이 땅굴의 멕시코 쪽 입구는 경찰서와 세관 건물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한다. 2년 전엔 역대 최장인 1313m 땅굴도 발견됐다.

▶3년 전엔 남미 콜롬비아에서 코카인 3t을 싣고 19일 만에 스페인에 도착한 잠수함이 스페인 경찰에 적발됐다. 유럽에서 ‘마약 잠수함’이 적발된 건 처음이었다. 20m 크기로 2m까지 물속에 들어갈 수 있게 설계된 잠수함이었다. 경로를 조사해보니 총 9000㎞를 항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 7월엔 바다 건너 마약을 운반할 수 있는 잠수정 드론을 제작한 일당이 스페인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위성항법 장치가 탑재돼 인터넷을 이용해 조종할 수 있는 신형 기기였다고 한다. 마약 밀수도 진화한다.

 

▶마약 업자들은 소량 운반을 위해선 마약 운반책인 이른바 ‘지게꾼’을 활용한다. 이런 지게꾼은 국내에서도 숱하게 적발된다. 생리대, 초콜릿, 믹스커피 봉지에 숨기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이 중 가장 위험한 지게꾼이 마약을 신체 내부에 숨겨 운반하는 ‘보디 패커(body packer)’다. 보통 보디 패커로는 중남미나 동남아인들이 동원됐다. 2003년 페루에서 미국을 거쳐 한국 항공기를 타고 홍콩으로 향하던 페루인 보디 패커가 몸속에서 코카인 봉지 3개가 터져 숨지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돈을 위해 목숨을 건다.

▶최근 서울에서 한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부검 결과 위장에서 마약 엑스터시가 한 알씩 담긴 봉지 200개가 발견됐다. 그중 79개가 터져 사망한 것이다. 한국인 보디 패커로는 첫 발견이다. 마약 업자들은 “밀반입되는 마약 중 약 5%만 적발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마약이 무섭게 번지고 있다. 더 많은 보디 패커가 우리 주변에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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