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호화주택과 한국인
인도의 철강갑부가 런던에다 호화주택을 샀는데 1460억원으로 세계 최고기록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여태까지의 기록은 홍콩에 있는 집으로 1300억원이었다. 런던의 타지마할로 불리어온 이 호화주택은 옥탑구조까지 3층으로 어림잡아 5백칸을 넘지는 않는 것 같다. 한데 조선조 중종 때 한양 남산에 9999칸의 거대한 집이 있다고 팔도에 소문났었는데 이 집에 비기면 이 런던의 타지마할은 소인국의 집에 불과하다.
상경한 선비들은 이 거대한 집을 찾아 남산을 헤매기 마련이지만 그 집을 찾아본 사람은 없고 그 집이 있다는 곳에 운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단칸 헛가리집에 ‘허백당(虛白堂)’이라는 당호에 봉착할 따름이었다. 선비요 판서를 역임한 홍귀달(洪貴達)의 집인 것이다. 왜 단칸집이 9999칸집으로 소문났느냐면 몸이 들어가 누울 자리만 있으면 그 속에서 9999칸의 사색을 할 수 있다고 한 말이 선비정신을 타고 퍼져나갔으며, 허백당을 찾아온 선비들은 실망 대신 감명을 받고 돌아서곤 했다 한다. 이 세계 최소의 공간에서 최대의 사색을 가능케 한 이 단칸 헛가리집이야말로 한국의 선비정신을 표출하는 기념비랄 수 있겠다.
철학적 호화주택 말고 호화주택 한국 제일은 중종반정 공신인 박원종(朴元宗)의 집일 것이다. 정사룡(鄭仕龍)이 그 집에 갔다가 적어 남긴 것을 보자. ‘세 대문을 지나 대청 앞에 이르니 돌을 다듬은 뜰 위에 붉은 난간 푸른 창문이 눈을 부시게 했다.
다시 한 문을 들어서니 날아갈 듯한 작은 누각으로부터 성장한 시녀 하나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갔더니 구불구불 장식회랑을 돌아 맑은 향기가 코를 찌르는 곳에 이르니 공이 연못 동쪽 평상 위 수놓은 비단자리에 누워 있었고, 두 여종이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했다. 런던의 타지마할에 비기면 약소하지만 집주인은 이 집 때문에 소외받고 지탄받았음은 물론이다.
전통사회에서 큰집을 뜻하는 옥(屋)은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尸+至’요 작은집을 뜻하는 사(舍)는 길하게 감싸준다는 ‘人+吉’의 모둠글씨로 한국인의 가옥사상을 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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