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교육비 古今조선일보

bindol 2022. 10. 23. 06:28

[이규태코너] 교육비 古今

조선일보
입력 2004.04.06 17:38
 
 
 
 

요즈음은 사치품에 명품이 있지만 옛날에는 생필품에 명품이 있었으니 그중 하나가 서당비다. 서당에서 나온 빗자루로, 여느 비보다 두 배나 오래 쓸 수 있다 하여 명품으로 인정된 것이다. 그 서당비의 내력은 이렇다. 서당에 아이를 맡긴 부모는 회초릿감으로 좋은 싸리나 물푸레나무를 한 아름 꺾어 서당훈장에게 가져다주는 것이 관례였다.

명분은 우리 자식 이 회초리 모두 닳도록 종아리를 쳐 사람 되게 해달라는 것이지만 실속은 달랐다. 훈장은 수시로 한 아름씩 가져다주는 그 많은 싸리로 빗자루를 엮어 장날 내다 팔아 양식과 시탄(柴炭)을 장만하곤 했다. 부모들에게는 교육비요, 훈장에게는 급료인 셈이다. 천시한 금전거래를 훈육의 상징인 회초리로 구제했으니 대단한 조상들의 슬기가 아닐 수 없다.

교육비를 교육으로 구제하는 슬기는 책걸이에서도 볼 수 있다. 책 한 권 떼면 책거리라 하여 아이의 부모가 떡을 쪄 바치는데, 훈장은 이 떡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먹이는 것이 아니라 먹고 싶은 아이는 하나씩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하지만 파할 때까지 먹지 않고 참는 아이에게는 두 개씩 준다 하고 접장에게 감시시켰다.

 

곧 교육비의 일종인 책거리 떡을, 하고 싶은 것일수록 참게 하는 인생교육의 자료로 삼았다. 설날 훈장에게 세배를 가면 세뱃돈 대신 짐승이름 하나씩 쓴 글을 봉투에 담아주었다. 집에 돌아가 이를 펴 머리맡에 붙여놓게 마련인데, 기가 세고 성급한 아이에게는 소 우(牛)자를, 약삭빠르면 돼지 시(豕)자, 게으르면 닭 계(鷄)자, 주의력이 산만하면 거위 아(鵝)자, 욕심이 많으면 염소 양(羊)자, 느리면 말 마(馬)자를 써주어 스스로를 반성케 했는데, 이를 받은 부모는 「소값이요」 「닭값이요」 하며 그 교훈적 짐승값으로 곡식 됫박이나 찬거리를 가져다주는 것이 예의가 돼 있었으니, 이 역시 교육비에서 금전을 징발시키는 조상들의 슬기가 아닐 수 없다.

보도된 바로 지난해 국민 1인당 교육비가 46만원, 가구당 144만원으로 급증세에 있다 하여, 이에 제동을 걸 전통 교육비의 슬기를 되뇌어 보았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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