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棄老國
역사의 어느 단계에서 양식만 축내는 노인을 죽게 하거나 버리는 문화는 보편적이었다. 웨스트고드랜드의 국경지방에 에테르니스 스타피라는 천길 벼랑이 있는데 늙어 수입가계(收入家計)에 도움이 안 되면 이 벼랑에 모셔가 떼밀었던 현장으로, 에테르니스 스타피ㅡ하면 노인을 떼밀어죽인 노사(老捨)문화를 일컫게 됐다.
고대 로마에서는 벼랑이 아니라 다리에서 떼밀었다. 노인을 데폰타니라 불렀다는데, 다리에서 떼밀리는 사람이란 뜻이라 한다. 탐험가 헌트가 피지섬에 상륙했을 때 살아있는 어머니의 장례라는 이상한 의식에 초대받아 갔었다.
노모의 생매장 의식으로 헌트가 놀라 살인행위라하여 말렸지만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새끼줄로 목을 졸라 살해하는 것을 적어 남겼다. 여진족들은 노부모를 자루에 담아 나무에 걸어놓고 단 한방의 화살로 쏴죽여야 효자로 칭송받는다는 견문이 「용재총화(傭齋叢話)」에 나온다.
우리나라 지명에 살애비들 살애비굴 노사암(老捨岩) 노사굴(老捨窟) 등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살노속(殺老俗) 가로속이 있었음을 말해주며 세종10년에 임금이 교지를 내리기를 「고려때는 무지몽매한 백성들이 미쳐 숨이 끊어지기도 전에 노부모를 밖에 내다버리니 이 폐습을 두어둘 수 없다」고 했다. 아버지가 늙은 할아버지를 수레에 실어다 버리라 시켰다.
돌아온 손자가 빈 수레를 끌고 돌아온지라 함께 버릴 일이지 뭣하러 끌고 왔느냐 하자 「아버지 늙으면 다시 쓰려고 가져왔습니다」 하여 아버지는 뉘우침이 있어 모셔와 극진히 효도했다는 설화도 있다.
지금 한 젊은 정치지도자가 미래는 20대, 30대의 무대라 전제하고 60대, 70대 노인들은 이제 무대에서 퇴장할 분들이니까 투표하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발언을 하여 파문이 파장을 넓혀가고 있다.
전고대(前古代)적인 기로국 발상이며 정치적으로 천길 벼랑과 다리밑으로 떼미는 정치적 살애비다. 전쟁의 폐허속에서 못먹고 못입으면서 자녀를 가르치고 나라를 이만큼 살게 해놓느라 허리가 굽고 주름진 등짝에 비수를 꽂힌 격이 됐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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