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뚝섬 무상

bindol 2022. 10. 24. 05:19

[이규태코너] 뚝섬 무상

조선일보
입력 2004.03.14 17:38 | 수정 2004.03.14 17:38
 
 
 
 

뚝섬을 한자로 독도(纛島)로 쓰는데 독은 장군기(將軍旗)에 꽂는 꿩꼬리로, 지휘권을 상징한다. 바로 이 뚝섬 벌판이 조선조 이태조 때부터 임금님이 열무(閱武)하던 연병장이었기에 얻은 이름이다. 뚝섬에서는 극히 근년까지 경칩과 상강 날에 독제(纛祭)를 지내는데 장군기를 복판에 모셔 놓고 궁시무(弓矢舞) 창검무(槍劍舞)로 진행했다. 그후 억무(抑武)정책으로 연병장이 말을 기르는 목장으로 변해갔다. 이 뚝섬 목장에 연산군의 엽색(獵色)행각이 잦았다던데 그 행차에 역군으로 수행했던 이의 추억담이 이덕형(李德炯)의 「죽창한화」에 적혀 있다. 임금이 자리를 잡으면 곁에 데리고 온 기생들만 남기고 둘레를 물린다. 목책(木柵) 안에 가두어 두어 성적으로 굶주리게 했던 수백 마리 암말과 수말을 한데 몰아 섞는다. 암수 말들이 이빨을 들어내고 서로 올라타고 희희덕거리는 소리가 진동했다고 했다. 뚝섬은 이처럼 포르노 야외극장이기도 했던 것이다.

한말까지만 해도 뚝섬은 남한강 북한강 상류의 물화가 한양에 집산하는 상업과 금융 중심지이기도했다. 특히 뚝섬 객주들은 북촌의 세도 권문 귀족과 연계되어 그들 돈을 맡아 늘려주고 갖은 이권을 누렸으며 특히 벼슬길이 뚝섬 객주와 통했다 하여 벼슬객주란 말로 통하기까지 했다.

뚝섬의 용도가 역사적으로 무상했듯이 지금도 표변을 거듭해와 우리나라 개발행정의 표본이 되고 있다. 2000년 들어서만도 35만평 규모의 복합 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한다더니 그 얼마 후 사슴 뛰노는 숲으로 조성한다고 변경 발표했었다. 차이나 타운이 곧 들어설 것처럼 하더니 프로야구의 돔구장을 세운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회전식 유람차를 세운다더니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시민의 숲을 조성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너무 자주 표변해서 믿음 밖에 나가 있는 뚝섬에 이번에는 공원에 대형 주상복합건물을 들이어 도시화 계획을 확정했다고 엊그제 발표했다. 물론 유구한 표변의 역사에서 구제될지는 의문이지만.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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