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이슬람과 개

bindol 2022. 10. 29. 10:06

[이규태코너] 이슬람과 개

조선일보
입력 2003.10.27 16:29
 
 
 
 

원님이 심기가 불편한 일을 겪고 등청을 했다. 그 화를 무고한 이방에게 퍼부었고 이방은 역시 무고한 아전에게 전위(轉位)시킨다. 아전은 퇴청하여 그 스트레스를 무고한 아내에게 퍼부었고, 아내는 부엌에 들어가 낮잠 자고 있는 강아지 배때기를 차 깨갱거리게 하는 것으로 해소하려 든다.

이렇게 불평불만이나 화는 힘이 약한 아랫것으로 하향 전위를 하여 무고한 개에게까지 가서 멈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독·모욕하는 욕말 가운데 가장 보편적으로 끼인 말이 ‘개’인 것도 개가 하위개념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어권에서 흔히 쓰는 욕말이 S.O.B., 곧 선오브비치다. 암캐만 해도 욕이 되는데 그 암캐가 낳은 새끼, 더욱 강조해서 들암캐가 낳은 새끼로 모욕농도를 높여나간다. 러시아에도 같은 욕말이 있는데 암캐 새끼를 뜻하는 ‘수킨 신(Sukin sin)’이 그것이다.

심하면 개의 성기나 물개의 성기로 모욕농도를 높인다. 영어와 같은 게르만계 언어에서도 돼지와 개를 합성한 ‘돈견(豚犬)!’이라는 독일 욕이나 ‘바보개!’ 하는 네덜란드 욕말이 있다.

개가 가장 농도 짙은 욕말이 되고 있는 것은 이슬람권이다. 이슬람의 시조 마호메트가 수색을 피해 동굴에 숨어 있을 때 한 마리 개가 짖어대는 바람에 발각의 위기를 맞게 됐다 하여 이슬람교도에게 있어 개는 종교적 저주가 가중된다.

15 초 후 SKIP

예언자 마호메트의 언행을 전승하는 하디트에는 개가 핥은 음식이나 개가 들어갔던 방도 부정 탄 것으로 돼 있다. 개가 냄새만 맡아도 그 옷은 저주받았다 하여 버려야 한다. 하물며 ‘개새끼’라는 욕말을 듣고도 대들지 않는다면 이슬람사람이 아니라는 말까지 있다.

이 문화권의 개를 둔 인식의 문화마찰로 바그다드는 지금 고통을 받고 있다. 자살테러가 심해지자 경비하는 미군은 현지 주민에 대한 수색을 강화하고 있는데 지난주 석유청사 앞에서 한 여자직원이 개의 후각에 의한 핸드백 검사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수갑을 채우자 이 말이 청내로 삽시간에 번져 약 200여명이 사표를 내고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여름에 남부 아마라에서 영국병 6명이 현지 주민들의 폭동으로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발단은 중화기 수색을 위해 개를 썼던 것이었다. 문화마찰까지 피해가며 전쟁하려다 보니 현대전 이기기란 그렇게 어려운가 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