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생선 왕국

bindol 2022. 10. 29. 10:11

[이규태코너] 생선 왕국

조선일보
입력 2003.10.21 15:56
 
 
 
 

여러 가지 제사가 많은 성균관 곁에서 푸줏간이 발달했듯이 로마의 푸줏간도 신전 옆에 자리했다. 제사에 필수인 희생 동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그러하듯이 로마의 생선가게는 위(胃)의 신인 에스토마신의 신전 옥상에 차려져 있었다.

지중해에서는 2만종의 생선이 잡히는데 이 에스토마 신전에 오를 수 있는 생선은 선택받은 굴지의 생선이었던 점으로 미루어 고대 희랍·로마사람들은 어류의 혜택만큼 생선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플라톤은 “고상한 사람에게 고기잡이는 할 짓이 못 된다”고 했고, 로마의 호머는 “비린 식물 생선은 난파한 사람이나 어쩔 수 없이 먹는 식품”이라 했다. 구약성서에도 물속에 사는 것들은 모두가 더러운 것들로 더욱이 비늘과 지느러미가 없는 고기는 먹어서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 같은 서양의 어식문화는 현대까지 계속되어 프랑스의 경우만 해도 먹는 생선이라곤 겨우 40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생선을 많이 먹어온 곳은 중국 한국 일본을 위주로 한 동아시아권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방사능의 인체해독을 막는 식품으로 김이나 미역 같은 해조류가 세계적으로 뜨기 이전에 이를 먹는 나라는 이 세 나라밖에 없었다는 것도 어식 세계 3대방임을 말해주는 것이 된다.

 

4면이 바다인 일본이 압도적으로 많이 먹고, 버금이 3면이 바다인 한국, 양면이 바다인 중국 순으로 많이 먹었다. 선조 때 문헌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보면 “중국사람들은 회를 먹지 않는다” 했으며,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보면 임진왜란 때 원군으로 온 중국 병사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회 잘 먹는 것을 보고 더럽다고 침을 뱉자, 논어에 공자께서 일찍이 좋아한 것이었다고 반박한 대목이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인구 1인당 생선소비량은 일본이 압도적인 1위로 70㎏이었고, 버금이 한국으로 48㎏, 홍콩이 46㎏이었다. 어획량도 일본이 13%, 러시아 12%, 중국 10%, 한국은 3%에 불과했다.

그러던 한국인이 연간 1인당 어패류를 66.9㎏을 먹어 세계 어패류 소비 1등국으로 치솟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1위국으로 부동의 지위를 누려온 일본이 66.8㎏으로 버금이요, 대만이 40.3㎏으로 3위이며, 여타 서양 각국은 모두가 30㎏ 미만이다. 용궁에서 한국 응징의 긴급회의라도 소집했을 대사가 아닐 수 없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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