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의 비밀

[漢字의 비밀] 심심(甚深)

bindol 2022. 11. 12. 08:09

[漢字의 비밀] 심심(甚深)

중앙선데이

입력 2022.11.12 00:22

한자의 비밀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哀悼)하고 추모(追慕)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중 포털 사이트에서는 “깊이 애도합니다” “마음 깊이 추모합니다” 등의 문구(文句)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애도(哀悼)와 추모(追慕) 앞에 쓰인 ‘깊이’ ‘마음 깊이’의 뜻으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자어가 있는데 바로 ‘심심(甚深)’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이 한자 ‘甚深’에 고유어 ‘-하다’가 붙어 형용사 ‘심심하다’가 되었다. 보통 ‘심심한’의 꼴로 쓰여 ‘심심한 애도(哀悼)’ ‘심심한 조의(弔意)’ ‘심심한 위로(慰勞)’ 등의 표현으로 자주 사용된다.

그런데 이 ‘甚深한’ 표현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뜻의 ‘심심하다’로 그 뜻을 오해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는 문해력(文解力) 논란이 일었다. 그래서 그런지 포털 사이트에서도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심심(甚深)한’으로 표현하지 않고 풀어서 썼는지도 모르겠다. 한자는 뜻글자라서 글자 자체에 의미를 담고 있다. 甚深도 글자마다 뜻을 담고 있는데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甚(심할 심)은 甘(달 감)과 匹(짝 필)로 이루어진 회의문자(會意文字)이다. 그런데 匹(짝 필)에 대해 원래는 匕(비수 비)인데 설문해자에서 잘못 해석된 것이라고 한다. 중국 서주(西周) 시기 금문(金文)에 처음 등장하며 수저에 음식을 얹어 먹는 모습을 표현했다. 본래의 의미는 ‘아주 즐겁다’인데, 나중에 의미가 ‘지나치다, 과도하다’로 파생되었고, 다시 ‘대단하다, 너무, 매우’ 등으로 파생되었다.

深(깊을 심)은 水(물 수)와 罙(무릅쓸 미)로 이루어진 회의(會意) 겸 형성문자(形聲文字)이다. 중국 상(商)나라 때의 갑골문(甲骨文)에 처음 등장하며 동굴 속에 손을 넣어 그 깊이를 알아보려는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본래 의미는 ‘깊이 탐색하다’라는 뜻인데, 나중에 ‘穴(구멍 혈, 굴 휼), 求(구할 구), 水(물 수)’로 조합되어 동굴 안 물의 깊이를 탐색하는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불과 며칠 전 우리는 믿기 힘든 너무나 참담한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통탄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의 소중한 생명이 한순간 아무런 준비도 못 한 채 그렇게 떠나가 버렸다. 내 가족, 내 이웃을 다시 돌아보며 다시 한번 안타까운 인명참사에 심심한 위로와 조의를 표한다.

김시현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연구교수